강화도귀농 14

개인간 농지 임대차, 개인끼리 농지를 빌릴 수 있을까

농지는 법이 정한 경우가 아니면 빌려주거나 빌릴 수 없습니다. 개인끼리 빌릴 수 있는 경우와 계약 전에 봐야 할 것(계약서, 기간, 임차료)을 농지법 기준으로 하나씩 짚어 봅니다. 한눈에 보기법이 정한 경우의 예는 이렇습니다. 질병이나 3개월 이상의 국외여행 같은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소유자,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다 이농한 사람이 이농 당시 소유한 농지, 60세 이상인 소유자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한 기간이 5년이 넘은 농지(시행령이 정한 조건이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하는 경우 등입니다.빌린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땅을 농업경영에 쓰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대차(무상 사용 포함) 종료를 명할 수 있습니다. 기준으로 삼은 법..

좋은 쌀 고르는 법: 3년 벼농사꾼이 등급표만 믿지 말라는 이유

강화도에서 3년간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삼광, 추청, 고시히카리를 직접 모내고 거둬 도정까지 지켜봤는데요. 도시로 돌아온 지금도 마트 쌀 코너에 서면 손이 먼저 포장지를 뒤집습니다. 예전엔 저도 "이왕이면 특등급"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몇 해를 겪고 나니, 좋은 쌀을 고르는 기준이 제가 알던 것과 꽤 달랐습니다. 좋은 쌀은 등급표가 아니라 포장지에 적힌 도정일자·품종·단백질(표시된 경우)에서 갈립니다.좋은 쌀은 포장지의 큰 글씨가 아니라 표시 사항에서 갈립니다쌀 포장지 앞면의 큰 글씨나 그림만으로는 쌀의 품질을 알기 어렵습니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포장지에는 품목, 중량, 생산연도, 도정연월일, 품종, 원산지, 생산자(판매원) 정보가 표시됩니다. 멥쌀은 등급도 표시합니다. 원칙적으로 포장..

집을 지어본 적 있으세요? — 농촌에서 전원주택 짓기

농사만 지을 줄 알았는데 집도 짓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농조합에서는 농한기에 가끔 주택 건축 일도 했다. 1년에 한두 채 정도, 농업외의 수익을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작업이었다. 농사일이 없을 때 옆에서 거들고 심부름을 하는 형태였지만, 기초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손도 보탠 경험은 또 다른 공부가 됐다.기초는 땅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다솔직히 처음엔 집을 지으려면 땅을 깊이 파서 지하 구조물을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다. 터를 잡고 나면 먼저 버림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거푸집을 세워 기초 슬라브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레미콘 차가 들어오면 콘크리트를 쭉 붓고, 수평을 잡으면서 마무리하는 그 작..

농촌의 현실 2026.06.02

농산물 공판장 수매 — 농사보다 파는 게 더 중요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씨 뿌리고 수확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제로 농촌에 살아보면 수확이 끝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거둬들인 걸 어디에,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가가 사실 농사의 절반이다. 나도 처음엔 그걸 몰랐다.강화도에서 3여 년을 지내면서 공판장에 물건을 내놓는 경험을 계속 하게되었다. 순무를 서울까지 싣고 갔던 일도 있고, 가을마다 쌀을 RPC에 수매하던 일도 있다. 고구마도 싣고 가서 경매를 의뢰하고 이런 풍경은 꽤 다르면서도, 농사도 장사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잘 팔아야 하느냐가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순무를 싣고 강서시장까지강화도 특산품 하면 순무를 빼놓을 수 없다. 동그랗게 생긴 게 무랑 비슷한데,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강화 순무로 담근 깍두기나 김치는 강화 아..

농촌의 현실 2026.05.22

농지 임대 현실 — 만만하지 않지만 부딪히면서 알아가야 한다.

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이 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이 없다는 거다. 살면서 농지를 사본 적도 없고,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뛰어들기도 겁나는 그 막막함. 나도 처음엔 그랬다.결론부터 말하면 귀농 초기에 농지를 매입하는 건 대부분 현실적이지 않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어느 땅이 좋은 땅인지, 어떤 작물에 맞는 토질인지, 물 빠짐은 어떤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수천만 원을 쓰는 건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 임대로 시작한다. 나도 영농조합 소속으로 임차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농지 임대라는 게 어떤 세계인지를 몸으로 배웠다.농지 임대, 생각보다 복잡한 법과 단순한 현실농지임대는 개인간의 거래도 있지만 농지은행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은행은 임..

농촌의 현실 2026.05.21

농촌에서 꼭 필요한 농기계들 — 트랙터, 이앙기, 동력분무기

앞선 글에서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두 가지 — 작물과 거주지 — 를 풀어봤습니다. 이어서 농촌에서 만나게 될 여러가지 현실 중에 오늘은 그중 하나인 농기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시골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이 사실 농기계 문제거든요. 사람이 직접할 수 있는건 솔직히 텃밭 농사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지금 농촌에서는 기계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인력으로 다 했다지만, 농촌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지으려면 농기계의 힘을 최대한 빌려야 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3년을 보내면서, 도시에서 막연히 그렸던 "삽 하나 들고 농사를 짓는다"의 그림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어요.트랙터 — 농촌의 만능 장비옛날..

농촌의 현실 2026.05.13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필수 사항 — 무엇을 키우고 어디서 살 것인가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가치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이게 제일 중요해"라고 한 가지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 귀농입니다.그래도 강화도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보니,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꼭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작물을 키울 것인가, 그리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귀농하면 농촌 생활을 이어 나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의식주의 문제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의식주이고, 농촌이라고 그 진리가 달라지지 않더라고요.의식주가 먼저, 그 다음이 농사도시에서 직장 다니실 때를 떠올려보세요. 출퇴근하고, 야근하고, 회..

평온해 보이는 농촌의 숨은 위험들 — 트랙터·농로 사고·건조기 화재

도시 사람들이 시골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리는 단어는 "평온"이에요.저도 도시를 떠나 강화도로 갈 때 그 단어 하나에 마음이 끌렸습니다.그런데 막상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보니, 농촌은 평온해 보이지만 아주 많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글은 강화도에서 일하는 동안 직접 보거나 겪은 세 번의 사고 이야기입니다.영농조합 트랙터가 새 밭에 빠진 일, 농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그리고 추수 후 건조기에서 일어난 화재.셋 다 평온함의 이면에 있는 농촌의 진짜 모습을 보여줍니다.밭에 빠진 트랙터 영농조합에서 일하던 어느 날, 새로 복토한 밭에 트랙터를 넣어 밭을 갈아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복토가 막 끝난 자리라 바닥이 평평해 보였습니다.보기엔 멀쩡했는데 트럭으로 흙을 부을 때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농촌의 현실 2026.05.08

볍씨 신청부터 모판 파종까지 — 강화도 영농조합의 봄 (1)

귀농 후 첫번째 봄, 농사라는 게 단순히 "땅에 모를 심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알게 됐습니다. 모내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 한겨울부터 봄 초입까지 이어지는 준비 과정이 따로 있었어요. 볍씨를 고르고, 신청하고, 받아 와서, 소독하고, 헹구고, 모판에 뿌리기까지 — 이 글은 그 앞단 작업을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옆에서 본 기록입니다. 파종을 마친 모판이 발아실을 거쳐 못자리에서 푸른 모로 자라는 뒷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사진과 함께 따로 정리했어요. 20만평을 모내기하는 곳제가 일했던 영농조합은 작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조합에서 직접 짓는 벼농사가 10만평이 넘었고, 모내기 대행까지 합치면 20만평이 넘는 논에 모를 심는 곳이었어요. 이 규모를 처음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평수..

귀농 후기 2026.05.06

귀농 교육 신청부터 72시간 이수까지,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직접 해본 정리

귀농을 결심하고 강화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것 중 하나가 귀농 교육이었습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귀농 창업자금 같은 일부 지원사업은 신청 자격에 귀농·영농 교육 이수가 들어 있어서, 어차피 받아야 하는 과정이었어요. 여기서 말하는 귀농 창업자금은 정식 이름이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인 사업의 농업 창업자금입니다. 이 사업은 갚아야 하는 융자이고, 청년 영농정착 지원이나 지자체 정착장려금 같은 다른 지원과는 다른 제도예요. 그래서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 과정에 등록했고, 2018년 72시간을 채웠습니다. 이 글은 그때 직접 신청하고 다닌 경험을 정리한 안내예요. 귀농 교육이 어디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