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3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며칠 — 영농조합 모내기의 전 과정

지난번 글에서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 푸른 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봤어요. 부직포까지 걷고 나면 어린 모가 햇볕을 받으며 한참을 자라는데, 그 모가 10~15cm쯤 되면 드디어 본격 모내기 단계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그 모내기의 전 과정을 풀어보려 해요. 현대화된 영농조합에서는 이걸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며칠 동안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요. 트랙터가 도는 논, 옛 쟁기 시대의 끝모내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논을 갈아야 합니다. 예전엔 소가 쟁기를 끌면서 갈았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트랙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트랙터가 한 번 들어가서 넓은 논을 쓱쓱 돌면서 써래질을 하고 나면 흙이 다 갈려요. 도시 사람이 처음 보면 그 속도에 놀랍니다. 사람 몇십 명이 며칠 걸려야 했을 일을..

일년의 농사를 결정한다. 모판이 못자리에 깔리기까지 — 영농조합 봄 작업 풍경

지난번에 "한 알의 볍씨가 모 한 포기가 되기까지"라는 글에서 영농조합 봄 작업의 전체 흐름을 한 번 정리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큰 그림으로 흘러갔는데, 이번에는 사진을 보면서 각 단계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려 합니다. 모들이 발아실에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 깔려 푸른 모로 자라기까지 — 실제로 옆에서 작업해보지 않으면 도시 사람들은 알수 없는 부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저도 도시사람이라 이런 건 알지 못했답니다.종자별로 정리된 볍씨 포대들영농조합 창고 한쪽에는 겨울부터 볍씨 포대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종자별로 따로따로 정리된 포대들이 줄지어 놓이는데, 사진에 보이는 건 강화도에서 가장 많이 심는 삼광벼 포대들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추청도 있고 고시히카리, 찹쌀도 있고 취급한 쌀 종자가 꽤 ..

한 알의 볍씨가 모 한 포기가 되기까지, 강화도의 볍씨 파종, 못자리 작업

귀농 후 첫번째 봄, 농사라는 게 단순히 "땅에 모를 심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알게 됐습니다. 모내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 한겨울부터 봄 초입까지 이어지는 준비 과정이 따로 있었어요. 볍씨를 고르고, 신청하고, 받아 와서, 소독하고, 헹구고, 모판에 뿌려, 발아실을 거쳐 못자리에서 키우는 일들. 이 글은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그 봄 작업 전체를 옆에서 본 기록입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면, 이 과정이 농사라기보다 공장 같았어요.20만평을 모내기하는 곳제가 일했던 영농조합은 작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조합에서 직접 짓는 벼농사가 10만평이 넘었고, 모내기 대행까지 합치면 20만평이 넘는 논에 모를 심는 곳이었어요. 이 규모를 처음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평수라고 하면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