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7

좋은 쌀 고르는 법: 3년 벼농사꾼이 등급표만 믿지 말라는 이유

강화도에서 3년간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삼광, 추청, 고시히카리를 직접 모내고 거둬 도정까지 지켜봤는데요. 도시로 돌아온 지금도 마트 쌀 코너에 서면 손이 먼저 포장지를 뒤집습니다. 예전엔 저도 "이왕이면 특등급"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몇 해를 겪고 나니, 좋은 쌀을 고르는 기준이 제가 알던 것과 꽤 달랐습니다. 좋은 쌀은 등급표가 아니라 포장지에 적힌 도정일자·품종·단백질(표시된 경우)에서 갈립니다.좋은 쌀은 포장지의 큰 글씨가 아니라 표시 사항에서 갈립니다쌀 포장지 앞면의 큰 글씨나 그림만으로는 쌀의 품질을 알기 어렵습니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포장지에는 품목, 중량, 생산연도, 도정연월일, 품종, 원산지, 생산자(판매원) 정보가 표시됩니다. 멥쌀은 등급도 표시합니다. 원칙적으로 포장..

벼 추수와 가을걷이 — 콤바인부터 볏짚 곤포까지

한여름을 지나면 벼는 이삭을 패기 시작합니다. 그 푸르던 잎 사이로 고개를 내밀던 이삭이 어느새 묵직해지고, 들판 전체가 황금색으로 물들면서 벼들이 하나둘 머리를 숙이죠. 봄에 모판부터 시작해서 모내기를 하고, 한여름 내내 방제다 비료다 손이 안 가는 데가 없던 그 벼들이 마침내 추수를 맞는 겁니다.저는 강화도에서 영농조합 작업자로 3년을 보냈는데, 그 시절 가장 바빠지던 게 모내기철과 바로 이 추수철였어요. 오늘은 그 추수 이야기를 한번 쭉 풀어볼까 합니다.가을걷이란?가을걷이는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추수(秋收)와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표준국어대사전). 이 글은 그중 벼 가을걷이를, 벼를 베는 일부터 볏짚을 거두는 일까지 제가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일하며 본 순서대로 적었습..

귀농 후기 2026.06.05

모내기가 끝나면 진짜 여름이 시작된다 — 뜨거운 벼농사 이야기

모내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이어서 벼농사에 대한 여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모내기가 끝나면 한숨 돌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5월에 심은 모들이 자리를 잡고 6월, 7월, 8월을 지나면서 쑥쑥 크는 동안, 논에는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쌓인다. 농약, 비료, 제초, 병 관리, 새 퇴치까지 물론 밭농사에 비하면 그나마 손이 덜가지만 해야할 일을 거르면 수확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한눈을 팔수 없다.. 한여름 벼농사는 논에서 해야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농약을 사람이 주는 줄만 알았는데 무인보트, 비행기도 있었다. 모내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제초제 살포다. 논에 잡초가 올라오기 전에 미리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보통 다른 곳들은 사..

귀농 후기 2026.06.01

농산물 공판장 수매 — 농사보다 파는 게 더 중요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씨 뿌리고 수확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제로 농촌에 살아보면 수확이 끝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거둬들인 걸 어디에,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가가 사실 농사의 절반이다. 나도 처음엔 그걸 몰랐다.강화도에서 3여 년을 지내면서 공판장에 물건을 내놓는 경험을 계속 하게되었다. 순무를 서울까지 싣고 갔던 일도 있고, 가을마다 쌀을 RPC에 수매하던 일도 있다. 고구마도 싣고 가서 경매를 의뢰하고 이런 풍경은 꽤 다르면서도, 농사도 장사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잘 팔아야 하느냐가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순무를 싣고 강서시장까지강화도 특산품 하면 순무를 빼놓을 수 없다. 동그랗게 생긴 게 무랑 비슷한데,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강화 순무로 담근 깍두기나 김치는 강화 아..

농촌의 현실 2026.05.22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며칠 — 영농조합 모내기의 전 과정

지난번 글에서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 푸른 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봤어요. 부직포까지 걷고 나면 어린 모가 햇볕을 받으며 한참을 자라는데, 그 모가 10~15cm쯤 되면 드디어 본격 모내기 단계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그 모내기의 전 과정을 풀어보려 해요. 현대화된 영농조합에서는 이걸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며칠 동안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요. 트랙터가 도는 논, 옛 쟁기 시대의 끝모내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논을 갈아야 합니다. 예전엔 소가 쟁기를 끌면서 갈았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트랙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트랙터가 한 번 들어가서 넓은 논을 쓱쓱 돌면서 써래질을 하고 나면 흙이 다 갈려요. 도시 사람이 처음 보면 그 속도에 놀랍니다. 사람 몇십 명이 며칠 걸려야 했을 일을..

귀농 후기 2026.05.17

발아실에서 못자리까지, 모판 2만 장이 푸른 모로 자라는 과정 — 강화도 영농조합의 봄 (2)

지난 글 "볍씨 신청부터 모판 파종까지"에서 영농조합 봄 작업의 앞단 — 종자 신청과 소독, 파종 라인 이야기를 정리했어요. 이번에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파종을 마친 모판이 발아실에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 깔려 푸른 모로 자라기까지를 사진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모들이 발아실에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 깔려 푸른 모로 자라기까지 실제로 옆에서 작업해보지 않으면 도시 사람들은 알수 없는 부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저도 도시사람이라 이런 건 알지 못했답니다.종자별로 정리된 볍씨 포대들영농조합 창고 한쪽에는 겨울부터 볍씨 포대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종자별로 따로따로 정리된 포대들이 줄지어 놓이는데, 사진에 보이는 건 강화도에서 가장 많이 심는 삼광벼 포대들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추청도 있고 고시히..

귀농 후기 2026.05.16

볍씨 신청부터 모판 파종까지 — 강화도 영농조합의 봄 (1)

귀농 후 첫번째 봄, 농사라는 게 단순히 "땅에 모를 심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알게 됐습니다. 모내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 한겨울부터 봄 초입까지 이어지는 준비 과정이 따로 있었어요. 볍씨를 고르고, 신청하고, 받아 와서, 소독하고, 헹구고, 모판에 뿌리기까지 — 이 글은 그 앞단 작업을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옆에서 본 기록입니다. 파종을 마친 모판이 발아실을 거쳐 못자리에서 푸른 모로 자라는 뒷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사진과 함께 따로 정리했어요. 20만평을 모내기하는 곳제가 일했던 영농조합은 작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조합에서 직접 짓는 벼농사가 10만평이 넘었고, 모내기 대행까지 합치면 20만평이 넘는 논에 모를 심는 곳이었어요. 이 규모를 처음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평수..

귀농 후기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