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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어본 적 있으세요? — 농촌에서 전원주택 짓기

농사만 지을 줄 알았는데 집도 짓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농조합에서는 농한기에 가끔 주택 건축 일도 했다. 1년에 한두 채 정도, 농업외의 수익을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작업이었다. 농사일이 없을 때 옆에서 거들고 심부름을 하는 형태였지만, 기초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손도 보탠 경험은 또 다른 공부가 됐다.기초는 땅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다솔직히 처음엔 집을 지으려면 땅을 깊이 파서 지하 구조물을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다. 터를 잡고 나면 먼저 버림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거푸집을 세워 기초 슬라브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레미콘 차가 들어오면 콘크리트를 쭉 붓고, 수평을 잡으면서 마무리하는 그 작..

농촌의 현실 2026.06.02

모내기가 끝나면 진짜 여름이 시작된다 — 뜨거운 벼농사 이야기

모내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이어서 벼농사에 대한 여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모내기가 끝나면 한숨 돌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5월에 심은 모들이 자리를 잡고 6월, 7월, 8월을 지나면서 쑥쑥 크는 동안, 논에는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쌓인다. 농약, 비료, 제초, 병 관리, 새 퇴치까지 물론 밭농사에 비하면 그나마 손이 덜가지만 해야할 일을 거르면 수확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한눈을 팔수 없다.. 한여름 벼농사는 논에서 해야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농약을 사람이 주는 줄만 알았는데 무인보트, 비행기도 있었다. 모내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제초제 살포다. 논에 잡초가 올라오기 전에 미리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보통 다른 곳들은 사..

다사다난한 농촌 라이프 — 다양한 사고, 그렇게 알아가는 농촌 현실

농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화재, 농기계 고장, 트랙터 사고. 도시에서 겪는 사고와 종류가 다를 뿐, 잊을만 하면 사건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게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평화로운 풍경 뒤에 숨어 있는 농촌의 또 다른 얼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창고가 재로 변한 날영농조합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 아는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은 날이 있었다. 밤새 불이 났다고 했다. 창고가 다 탔다고 해서 직접 가봤다. 넒은 창고가 그냥 아수라장이었다.창고 안을 보니 그야말로 폐허였다. 농작물을 담던 플라스틱 박스들이 열에 녹아서 서로 뭉쳐지고 뒤엉킨 채 쌓여 있었다. 천..

농촌의 현실 2026.05.29

붉은 콩 씨앗을 심던 날 — 만평 콩밭 농사 이야기

영농조합에서 두번째 해에는 콩 농사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콩농사는 그냥 논둑이나 자투리 땅에 씨앗을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내게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콩 씨앗 포대를 가져와서는 큰 다라에 콩을 넣고 소독약을 부어서 열심히 비볐다. 그러자 콩이 빨갛게 되었다. 그리고 잘 건조시켰다. 빨간콩을 그 때 처음 봤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정말 콩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파종 전에 씨앗을 약제로 코팅하면 발아 초기에 병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보면 좀 낯선 색이지만, 파종철마다 그 붉은 씨앗을 준비할 때마다 이제 "아, 콩농사 시작이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그렇게 시작한 콩 농사. 만평이 넘는 면적이었다. 뭐 논농사를 10만평이상 하니 그렇게 크게 ..

자동화가 돼도 쉬운 일은 없었다 — 비닐하우스 고추 농사 현실

맨처음 블로그 글을 썼을때 언급한 2000평 하우스농사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농사를 접하게 되어서 기대반 두려움반이었다고나 할까. 난 귀농을 하게 된다면 결국 하우스농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있었고 솔직히 기대가 컸다. 선택한 작물이 고추였기에 하우스에서는 비도 안맞으니 탄저병이 덜 할 것이고, 급수 시스템도 있고, 환기도 된다고 하니까 노지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추는 특용작물도 아니고 노지에서도 많이 키우는 작물이라 하우스에서 기르는 것은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고 경험이 일천한 내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모종을 하고 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처음엔 노지랑 별다를 ..

농촌의 현실 2026.05.24

농사 지은 것,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씨 뿌리고 수확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제로 농촌에 살아보면 수확이 끝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거둬들인 걸 어디에,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가가 사실 농사의 절반이다. 나도 처음엔 그걸 몰랐다.강화도에서 3여 년을 지내면서 공판장에 물건을 내놓는 경험을 계속 하게되었다. 순무를 서울까지 싣고 갔던 일도 있고, 가을마다 쌀을 RPC에 수매하던 일도 있다. 고구마도 싣고 가서 경매를 의뢰하고 이런 풍경은 꽤 다르면서도, 농사도 장사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잘 팔아야 하느냐가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순무를 싣고 강서시장까지강화도 특산품 하면 순무를 빼놓을 수 없다. 동그랗게 생긴 게 무랑 비슷한데,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강화 순무로 담근 깍두기나 김치는 강화 아..

농촌의 현실 2026.05.22

농지 임대 현실 — 만만하지 않지만 부딫히면서 알아가야 한다.

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이 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이 없다는 거다. 살면서 농지를 사본 적도 없고,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뛰어들기도 겁나는 그 막막함. 나도 처음엔 그랬다.결론부터 말하면 귀농 초기에 농지를 매입하는 건 대부분 현실적이지 않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어느 땅이 좋은 땅인지, 어떤 작물에 맞는 토질인지, 물 빠짐은 어떤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수천만 원을 쓰는 건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 임대로 시작한다. 나도 영농조합 소속으로 임차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농지 임대라는 게 어떤 세계인지를 몸으로 배웠다.농지 임대, 생각보다 복잡한 법과 단순한 현실농지임대는 개인간의 거래도 있지만 농지은행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은행은 임..

강화도 은근 맛집, 3년 남짓 주민이었던, 기억이 남는 맛

강화도에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음식이 '관광'이 아니라 '생존'이 된다. 어디가 유명하다더라, 블로그에서 봤다더라 같은 건 점점 사라지고, 오늘 뭐 먹어야 내일 또 일어나서 일 할 수 있을까가 기준이 된다. 그 기준으로 하나씩 걸러진 은근 맛집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지방은 음식이 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강화에는 그렇게 적용하기 쉽지 않다. 관광객이 많은 곳은 음식 가격이 비싸서 깜짝 놀라는 겨우도 많았고 숨은 저렴한 식당도 많았기 때문이다. 2천 원짜리 짜장면 집도 있었고, 만 원이 훌쩍 넘는 냉면도 있었다. 다양했다. 다만 확실한 건, 음식에 정성이 들어간 집은 가격이 어떻든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강화 장어, 소금구이를 만난 날강화도 하면 순무나 인삼을 떠올리기 쉬운데, 현지에서 살다 ..

기회는 준비한 사람의 것 — 선배 귀농인들의 다양한 모습들

지난번에 "귀농 교육 72시간"이라는 글에서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신청하고 이수한 과정을 풀어본 적이 있어요. 그 교육은 강의실에서 듣는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 현장을 직접 다녀보는 탐방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다녔던 현장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날 풍경이 다시 떠오르네요.농업기술센터의 벼 품종 전시 — 다양한 쌀, 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쌀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건 농업기술센터 안에 있던 벼 품종 전시였어요. 투명한 실린더 안에 8가지 품종의 벼가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백진주, 고시히카리.삼광 등등, 줄지어 선 8가지 벼를 보면 키도 다르고 쌀알 크기도 다 달랐어요. 사실 벼의 품종은 100가지가 넘는답니다. 그중에서 강화도에서 재배하는 대표적인 품종들..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며칠 — 영농조합 모내기의 전 과정

지난번 글에서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 푸른 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봤어요. 부직포까지 걷고 나면 어린 모가 햇볕을 받으며 한참을 자라는데, 그 모가 10~15cm쯤 되면 드디어 본격 모내기 단계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그 모내기의 전 과정을 풀어보려 해요. 현대화된 영농조합에서는 이걸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며칠 동안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요. 트랙터가 도는 논, 옛 쟁기 시대의 끝모내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논을 갈아야 합니다. 예전엔 소가 쟁기를 끌면서 갈았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트랙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트랙터가 한 번 들어가서 넓은 논을 쓱쓱 돌면서 써래질을 하고 나면 흙이 다 갈려요. 도시 사람이 처음 보면 그 속도에 놀랍니다. 사람 몇십 명이 며칠 걸려야 했을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