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재배·품종

고구마 품종과 심는 법 — 강화 속노랑고구마

고고파파 2026. 6. 18. 20:31

강화도에서 농사지을 때 내 본업은 벼였다. 밭작물은 일손이 부족할 때 거드는 정도였는데, 고구마도 그렇게 몇 번 같이 심어봤다. 그러니 "내가 고구마 전문가다" 하고 말할 처지는 못 된다. 다만 곁에서 직접 본 것이 있고, 이번에 오래 고구마 농사지은 분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포인트와 자료를 따로 정리해봤다. 고구마 품종 고르기부터 심는 시기·방법까지, 처음 고구마 한 이랑 심어보려는 분께 도움이 되도록 묶어본다.

고구마 품종, 입맛 따라 갈린다

고구마는 보통 밤고구마·호박고구마·물고구마로 나뉜다.

밤고구마는 쪄 먹으면 물기 없이 타박타박하고 퍽퍽하면서 고소한 밤 향이 난다(진율미 같은 품종). 호박고구마는 촉촉하고 달콤한 게 특징이라 단호박 향이 돌고, 호감미·호풍미 같은 품종이 여기 든다. 물고구마는 수분이 많아 생으로 먹기도 좋다. 요즘 인기 많은 꿀고구마(베니하루카·소담미)는 당도가 압도적이고, 캐서 한동안 후숙하면 더 달고 촉촉해진다. 풍원미처럼 베타카로틴이 많은 품종도 있다.

그리고 강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속노랑고구마다. 속이 진한 노란색이라 붙은 이름인데, 분류로는 호박고구마 계열이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1998년 '강화속노랑고구마연구회'가 상품명을 정하고 2001년 강화군이 상표 등록까지 한 어엿한 지역 브랜드다. 서해 해풍과 풍부한 일조량, 물 빠짐 좋은 토양에서 자라 당도가 높고 소화가 잘 된다고 알려져, 추석 무렵 선물로도 많이 나간다. 실제로 강화에 살아보면 "강화 고구마=속노랑"이라 할 만큼 이름값이 있었다.

고구마 품종과 심는 법 — 강화 속노랑고구마, 그리고 많이 달리게 하는 포인트 1
속이 진한 노란색이 강화 속노랑고구마의 특징이다.

모종(순)은 사 오는 순간부터 시간 싸움

고구마는 씨앗이 아니라 줄기, 즉 '순'을 잘라 꽂아 심는다. 그래서 모종 파는 곳에 가면 고구마 순을 잘라 비닐봉투에 수량을 세어 담아준다. 내가 본 곳은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순을 바로 잘라 봉투에 넣어줬고, 따로 물을 적셔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게 시간이다. 순을 받아오면 빨리 심어야 한다. 며칠 그냥 두면 순이 다 말라버린다. 그래서 모종 가져오는 날과 밭에서 작업하는 날을 딱 맞춰야 했다. 순한테는 시간이 생명이다.

봉투에 담겨 온 고구마 순. 마르기 전에 바로 심어야 한다.

꽂은 자리는 반드시 꾹 눌러준다

밭은 미리 갈아 두둑을 만들고 비닐 멀칭까지 끝내둔다. 그 멀칭에 뚫린 구멍 자리에 순을 하나씩 꽂아주면서 심었다. 줄줄이 꽂다 보면 단순한 작업 같은데, 고수들이 입을 모으는 한 끗이 바로 여기 있었다.

고구마 품종과 심는 법 — 강화 속노랑고구마, 그리고 많이 달리게 하는 포인트 2
고구마밭을 갈아놓고 비료를 주고 있다.

순을 꽂고 나면 반드시 흙을 꾹 눌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심는 도구로 줄기를 흙에 밀어넣었다 뺄 때 흙 속에 빈 구멍이 생기는데, 그 자리에서 줄기가 흙과 안 붙으면 그 부분이 죽어버린다. 줄기가 죽으면 고구마가 안 달린다. 눌러서 줄기와 흙을 딱 붙여줘야 나중에 알사탕처럼 줄줄이 달린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데, 수확량을 가르는 작은 차이였다.

의외의 핵심 — 고구마는 조금 늦게 심어야 많이 달린다

이게 제일 의외였다. 보통 일찍 심으면 빨리 큰다고 생각하는데, 고구마는 반대다. 원산지가 열대 아메리카인 열대성 작물이라, 땅 온도(지온)가 최소 15℃ 이상은 돼야 뿌리를 빨리 내린다. 이걸 '활착'이라고 한다.

너무 일찍 심으면 찬 땅에서 저온 스트레스를 받아 활착이 2주씩 늦어지고, 심하면 줄기·뿌리가 상해 고구마는 안 달리고 넝쿨만 무성해진다. 실제로 5월 5일 심은 것보다 열흘 늦게 5월 15일 심은 쪽이 활착이 더 빨랐다는 사례도 있다. 일찍 심었다고 일찍 자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서리 걱정 없는 5~6월, 날이 확실히 풀린 뒤가 낫다고들 한다. 다만 중부·북부 지방은 너무 늦게 심으면 가을 서리에 당할 수 있으니, 추운 지역이라면 재배 기간이 짧은 품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물은 욕심내지 않는다

물도 통념과 다르다. 고구마는 가뭄에 강한 작물이라, 물을 자주 주면 오히려 손해다. 물이 많으면 넝쿨만 무성해지고 정작 땅속 고구마로는 양분이 덜 간다. 반대로 좀 가물면 고구마가 살아남으려고 넝쿨의 양분을 땅속 뿌리로 끌어내리는데, 그게 우리가 먹는 고구마가 굵어지는 원리라고 한다.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물 주지 마라"는 말까지 나온다.

고구마 품종과 심는 법 — 강화 속노랑고구마, 그리고 많이 달리게 하는 포인트 3
아주머니들이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심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하수나 수돗물은 15℃ 안팎으로 차가워서, 추위에 약한 고구마 순에는 오히려 냉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비 온 다음 날 멀칭을 하거나 비 오기 직전에 심어 빗물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다. 따뜻한 빗물에는 질소와 미네랄까지 들어 있어 초기 생육에 훨씬 낫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자연이 주는 물이 사람이 주는 물보다 나은 셈이다.

더 욕심내면 — 잎에 주는 영양제, 엽면시비

수확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분들은 잎에 직접 영양제를 뿌리는 '엽면시비'를 강조한다. 밑거름만 믿지 말고, 자라는 동안 잎으로 양분을 여러 번 보충해주면 한 포기에 달리는 고구마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살포는 해가 진 저녁에 해야 잎이 오래 흡수한다고 한다. 다만 여기까지는 텃밭보다 좀 더 욕심내는 단계라, 처음이라면 품종 고르기·심는 시기·눌러 심기·물 관리 이 네 가지부터 잡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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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밭에서 영양제를 주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작물에도 한 끗이 있다

고구마를 곁에서 거들며 알게 된 건, 이 단순해 보이는 작물에도 곳곳에 '한 끗'이 숨어 있다는 거였다. 마르기 전에 좋은 순을 빨리 심고, 너무 이르지 않게 심고, 꽂은 자리를 꾹 눌러주고, 물은 욕심내지 않는 것. 이 몇 가지만 지켜도 결과가 달라진다고들 한다.

품종은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퍽퍽한 게 좋으면 밤고구마, 촉촉하고 달콤한 게 좋으면 호박고구마나 꿀고구마, 강화에서 키운다면 속노랑고구마. 올해 고구마 한 이랑 심어볼 생각이라면,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면 좋겠다. 다음에는 다른 작물 품종 이야기로 또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