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생활 4

다사다난한 농촌 라이프 — 다양한 사고, 그렇게 알아가는 농촌 현실

농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화재, 농기계 고장, 트랙터 사고. 도시에서 겪는 사고와 종류가 다를 뿐, 잊을만 하면 사건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게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평화로운 풍경 뒤에 숨어 있는 농촌의 또 다른 얼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창고가 재로 변한 날영농조합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 아는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은 날이 있었다. 밤새 불이 났다고 했다. 창고가 다 탔다고 해서 직접 가봤다. 넒은 창고가 그냥 아수라장이었다.창고 안을 보니 그야말로 폐허였다. 농작물을 담던 플라스틱 박스들이 열에 녹아서 서로 뭉쳐지고 뒤엉킨 채 쌓여 있었다. 천..

농촌의 현실 2026.05.29

붉은 콩 씨앗을 심던 날 — 만평 콩밭 농사 이야기

영농조합에서 두번째 해에는 콩 농사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콩농사는 그냥 논둑이나 자투리 땅에 씨앗을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내게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콩 씨앗 포대를 가져와서는 큰 다라에 콩을 넣고 소독약을 부어서 열심히 비볐다. 그러자 콩이 빨갛게 되었다. 그리고 잘 건조시켰다. 빨간콩을 그 때 처음 봤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정말 콩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파종 전에 씨앗을 약제로 코팅하면 발아 초기에 병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보면 좀 낯선 색이지만, 파종철마다 그 붉은 씨앗을 준비할 때마다 이제 "아, 콩농사 시작이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그렇게 시작한 콩 농사. 만평이 넘는 면적이었다. 뭐 논농사를 10만평이상 하니 그렇게 크게 ..

자동화가 돼도 쉬운 일은 없었다 — 비닐하우스 고추 농사 현실

맨처음 블로그 글을 썼을때 언급한 2000평 하우스농사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농사를 접하게 되어서 기대반 두려움반이었다고나 할까. 난 귀농을 하게 된다면 결국 하우스농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있었고 솔직히 기대가 컸다. 선택한 작물이 고추였기에 하우스에서는 비도 안맞으니 탄저병이 덜 할 것이고, 급수 시스템도 있고, 환기도 된다고 하니까 노지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추는 특용작물도 아니고 노지에서도 많이 키우는 작물이라 하우스에서 기르는 것은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고 경험이 일천한 내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모종을 하고 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처음엔 노지랑 별다를 ..

농촌의 현실 2026.05.24

강화도 은근 맛집, 3년 남짓 주민이었던, 기억이 남는 맛

강화도에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음식이 '관광'이 아니라 '생존'이 된다. 어디가 유명하다더라, 블로그에서 봤다더라 같은 건 점점 사라지고, 오늘 뭐 먹어야 내일 또 일어나서 일 할 수 있을까가 기준이 된다. 그 기준으로 하나씩 걸러진 은근 맛집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지방은 음식이 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강화에는 그렇게 적용하기 쉽지 않다. 관광객이 많은 곳은 음식 가격이 비싸서 깜짝 놀라는 겨우도 많았고 숨은 저렴한 식당도 많았기 때문이다. 2천 원짜리 짜장면 집도 있었고, 만 원이 훌쩍 넘는 냉면도 있었다. 다양했다. 다만 확실한 건, 음식에 정성이 들어간 집은 가격이 어떻든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강화 장어, 소금구이를 만난 날강화도 하면 순무나 인삼을 떠올리기 쉬운데, 현지에서 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