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생활 6

운동회를 기억하게 한 면민의 날, 노래가 울려 퍼진 새우젓축제 — 강화도에서 보낸 축제날들

농사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계절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그런데 강화도에서 지내는 동안 의외로 마주친 게 있었다. 바로 축제와 행사다. 많이 다닌 건 아니다. 일하는 처지라 멀리까지 찾아다니며 즐길 형편은 못 됐지만, 가까운 데서 열리는 행사는 짬을 내서 참가했다. 오늘은 그중 기억에 남는 강화도 축제 두 가지를 풀어보려고 한다.학창 시절 운동회가 떠오른 면민의 날먼저 봄에 있었던 면민의 날이다. 5월 초, 어린이날 바로 전날인 5월 4일에 열렸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지내던 면에서 열린 행사였는데, 강화도는 면마다 이런 면민의 날을 연다. 면 11개 마을의 이장님들과 주민들이 다 모여서 축제처럼 하루를 보내는 자리다. 장소는 면에 있는 학교 운동장이었다.그해 행사의 주제는 하나된 우리면, 행..

귀농 후기 2026.06.09

집을 지어본 적 있으세요? — 농촌에서 전원주택 짓기

농사만 지을 줄 알았는데 집도 짓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농조합에서는 농한기에 가끔 주택 건축 일도 했다. 1년에 한두 채 정도, 농업외의 수익을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작업이었다. 농사일이 없을 때 옆에서 거들고 심부름을 하는 형태였지만, 기초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손도 보탠 경험은 또 다른 공부가 됐다.기초는 땅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다솔직히 처음엔 집을 지으려면 땅을 깊이 파서 지하 구조물을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다. 터를 잡고 나면 먼저 버림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거푸집을 세워 기초 슬라브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레미콘 차가 들어오면 콘크리트를 쭉 붓고, 수평을 잡으면서 마무리하는 그 작..

농촌의 현실 2026.06.02

물가는 비싼데 생활비는 줄었다 — 강화도 시골 살이의 역설

"시골 가면 생활비 적게 들 거야." 도시에서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강화도에서 살아본 결과는 좀 의외였어요. 어떤 부분은 도시보다 더 비쌌고, 어떤 부분은 도시보다 훨씬 적게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뭐다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됐습니다. 시골은 도시보다 싼가, 비싼가. 강화도에서 살아본 한 사람의 결산을 그대로 풀어봅니다. 공산품과 외식, 제가 다닌 곳은 도시보다 비쌌다먼저 깨진 환상부터 말씀드리면, 시골이라고 공산품 가격이 더 싼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닌 곳은 오히려 비쌌어요. 면에 있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다 보면 같은 제품이 서울보다 살짝 더 비싼 수준이었습니다. 가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접근성이었어요. 면이나 읍까지 나가야 제대로 된 마트가 있는데, 한 ..

농촌의 현실 2026.05.03

시골에는 농사꾼만 사는 게 아니더라, 강화도에서 본 다양한 삶의 모습

비료 살포기 메고 진흙뻘에 빠져서 "내가 뭐 하러 여기 왔지" 하던 그날 이야기로 지난 글을 마무리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다음 날 짐 싸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서 첫날에 보이지 않던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발견에 대한 이야기예요.일은 끝이 없었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영농조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직접 경작하는 논과 밭만 챙기는 게 아니었어요. 경작 대행 일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모내기, 볍씨에서 모종 키우기, 논 갈기, 밭 갈기, 비닐 씌우기, 파종, 비료, 농약, 수확, 건조까지. 일 종류를 적어보면 정말 끝이 없더라고요. 저는 그 모든 일이 처음이라 어딜 가도 "어떻게 하는 거예요" 묻는 신..

귀농 후기 2026.05.03

강화도 영농조합 창고 2층, 그해 여름 첫 한 달의 기록

지난 글에서 2017년 7월 강화도로 짐을 옮기던 그날 이야기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이후 한 달에 대한 기록이에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도착해서, 영농조합 창고 2층 숙소에 자리를 잡고, 첫 농사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한 달이 제 귀농 생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어요. 환상이 빠르게 깨지면서, 이게 진짜 어떤 일인지 몸으로 알게 된 시기였거든요.창고 2층 숙소, 일과 생활이 한 공간에 이사 전에 일주일 넘게 영농조합 식구들과 함께 창고 2층을 손봤습니다. 1톤 트럭 한 대에 짐을 줄이고 줄여 실어 강화도로 들어오던 그날의 기분은 지금도 또렷해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간다는 게 외롭고 허탈하면서도 묘하게 설레는, 그런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귀농 후기 2026.05.02

귀농과 귀촌, 강화도에서 직접 본 두 가지 모습의 차이

귀농을 알아보다 보면 "귀촌"이라는 말도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처음에는 비슷한 단어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강화도에 들어가 영농조합에서 일하면서두 그룹의 일상을 옆에서 보다 보니 정말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이 글에서는 정의의 차이부터 짚고, 제가 강화도에서 옆에서 본 두 모습,그리고 어떤 분에게 어떤 선택이 어울리는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귀농과 귀촌, 정의부터 다릅니다엄연히 다른 개념이에요. 법의 정의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귀농은 농촌으로 이주해 농업인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법은 농어촌으로 이주해 농어업인이 되는 사람을 '귀농어업인'으로 정의하고, 시행령은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사람 등을 기준으로 정합니다(귀농어ㆍ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