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7

좋은 쌀 고르는 법: 3년 벼농사꾼이 등급표만 믿지 말라는 이유

강화도에서 3년간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삼광, 추청, 고시히카리를 직접 모내고 거둬 도정까지 지켜봤는데요. 도시로 돌아온 지금도 마트 쌀 코너에 서면 손이 먼저 포장지를 뒤집습니다. 예전엔 저도 "이왕이면 특등급"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몇 해를 겪고 나니, 좋은 쌀을 고르는 기준이 제가 알던 것과 꽤 달랐습니다. 좋은 쌀은 등급표가 아니라 포장지에 적힌 도정일자·품종·단백질(표시된 경우)에서 갈립니다.좋은 쌀은 포장지의 큰 글씨가 아니라 표시 사항에서 갈립니다쌀 포장지 앞면의 큰 글씨나 그림만으로는 쌀의 품질을 알기 어렵습니다.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 포장지에는 품목, 중량, 생산연도, 도정연월일, 품종, 원산지, 생산자(판매원) 정보가 표시됩니다. 멥쌀은 등급도 표시합니다. 원칙적으로 포장..

고구마 품종과 심는 법 — 강화 속노랑고구마

강화도에서 농사지을 때 내 본업은 벼였다. 밭작물은 일손이 부족할 때 거드는 정도였는데, 고구마도 그렇게 몇 번 같이 심어봤다. 그러니 "내가 고구마 전문가다" 하고 말할 처지는 못 된다. 다만 곁에서 직접 본 것이 있고, 이번에 오래 고구마 농사지은 분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포인트와 자료를 따로 정리해봤다. 고구마 품종 고르기부터 심는 시기·방법까지, 처음 고구마 한 이랑 심어보려는 분께 도움이 되도록 묶어본다.고구마 품종, 입맛 따라 갈린다고구마는 보통 밤고구마·호박고구마·물고구마로 나뉜다.밤고구마는 쪄 먹으면 물기 없이 타박타박하고 퍽퍽하면서 고소한 밤 향이 난다(진율미 같은 품종). 호박고구마는 촉촉하고 달콤한 게 특징이라 단호박 향이 돌고, 호감미·호풍미 같은 품종이 여기 든다. 물고구마는 수..

밭농사 한 해를 한눈에 — 보리, 감자, 고구마, 순무, 고추까지

콩 농사는 지난 글에서 따로 풀었으니, 오늘은 강화도에서 길러본 다른 밭작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려고 한다. 보리, 감자, 고구마, 순무, 고추. 작물마다 심는 법도 캐는 법도 제각각이라, 같은 밭농사라도 손이 가는 자리와 시기가 다 달랐다. 사진을 곁들여 한 해 밭농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여드리겠다.황금물결, 보리밭먼저 보리다. 사진 속 누렇게 익은 보리밭에 내가 서 있는 게 베기 직전 모습인데, 그야말로 황금물결이다.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넉넉해진다.보리는 겨울에 심고 겨울을 나는 작물이다. 보리밭은 밟아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보리가 심어진 땅이 겨울에 들떠있으면 뿌리가 얼기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보리밭은 물을 대는 논농사가 아니라 마른 땅에서 짓는 밭농사다. 그래서 보리밭이라고 부르는 거 아..

한여름 콩밭에서 추수까지 — 기계화 콩농사 이야기

지난번 글에서 붉은 콩 씨앗을 심던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그 뒤 이야기다. 그 붉은 콩이 땅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여름 햇살을 받으면서 쑥쑥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콩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골 사이로 잡초가 같이 올라온다. 콩 농사라는 게 파종은 트랙터와 파종기가 거의 다 해주지만, 그 뒤부터는 사람이 계속 밭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제대로 녀석들이 잘 크고 있는지는 사람이 다니면서 확인해야 하고 밭을 도는데 반나절도 더 걸리는 작업들이다. 잡초와의 싸움이 먼저였다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골 사이 잡초부터 잡아야 한다. 초반에 한 번 잡아주면 그래도 뒤가 한결 수월해진다. 2~3번 정도 콩이 크기전까지 제초작업을 해야 했다. 우리는 콩을 2만 평 가까이 심었으니까,..

모내기가 끝나면 진짜 여름이 시작된다 — 뜨거운 벼농사 이야기

모내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이어서 벼농사에 대한 여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모내기가 끝나면 한숨 돌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5월에 심은 모들이 자리를 잡고 6월, 7월, 8월을 지나면서 쑥쑥 크는 동안, 논에는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쌓인다. 농약, 비료, 제초, 병 관리, 새 퇴치까지 물론 밭농사에 비하면 그나마 손이 덜가지만 해야할 일을 거르면 수확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한눈을 팔수 없다.. 한여름 벼농사는 논에서 해야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농약을 사람이 주는 줄만 알았는데 무인보트, 비행기도 있었다. 모내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제초제 살포다. 논에 잡초가 올라오기 전에 미리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보통 다른 곳들은 사..

귀농 후기 2026.06.01

붉은 콩 씨앗을 심던 날 — 만평 콩밭 농사 이야기

영농조합에서 두번째 해에는 콩 농사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콩농사는 그냥 논둑이나 자투리 땅에 씨앗을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내게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콩 씨앗 포대를 가져와서는 큰 다라에 콩을 넣고 소독약을 부어서 열심히 비볐다. 그러자 콩이 빨갛게 되었다. 그리고 잘 건조시켰다. 빨간콩을 그 때 처음 봤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정말 콩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파종 전에 씨앗을 약제로 코팅하면 발아 초기에 병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보면 좀 낯선 색이지만, 파종철마다 그 붉은 씨앗을 준비할 때마다 이제 "아, 콩농사 시작이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그렇게 시작한 콩 농사. 만평이 넘는 면적이었다. 뭐 논농사를 10만평이상 하니 그렇게 크게 ..

자동화가 돼도 쉬운 일은 없었다 — 비닐하우스 고추 농사 현실

맨처음 블로그 글을 썼을때 언급한 2000평 하우스농사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농사를 접하게 되어서 기대반 두려움반이었다고나 할까. 난 귀농을 하게 된다면 결국 하우스농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있었고 솔직히 기대가 컸다. 선택한 작물이 고추였기에 하우스에서는 비도 안맞으니 탄저병이 덜 할 것이고, 급수 시스템도 있고, 환기도 된다고 하니까 노지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추는 특용작물도 아니고 노지에서도 많이 키우는 작물이라 하우스에서 기르는 것은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고 경험이 일천한 내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모종을 하고 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처음엔 노지랑 별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