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붉은 콩 씨앗을 심던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그 뒤 이야기다. 그 붉은 콩이 땅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여름 햇살을 받으면서 쑥쑥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콩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골 사이로 잡초가 같이 올라온다. 콩 농사라는 게 파종은 트랙터와 파종기가 거의 다 해주지만, 그 뒤부터는 사람이 계속 밭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제대로 녀석들이 잘 크고 있는지는 사람이 다니면서 확인해야 하고 밭을 도는데 반나절도 더 걸리는 작업들이다.


잡초와의 싸움이 먼저였다
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골 사이 잡초부터 잡아야 한다. 초반에 한 번 잡아주면 그래도 뒤가 한결 수월해진다. 2~3번 정도 콩이 크기전까지 제초작업을 해야 했다. 우리는 콩을 2만 평 가까이 심었으니까, 이걸 사람 손으로 다 김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트랙터 뒤에 중경제초 장비를 달고 골 사이를 쭉 지나가면서 잡초를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이 기계 작업에도 단점이 있다. 비닐 멀칭을 한 밭에서는 쓸 수가 없다는 거다. 장비가 지나가면 비닐이 다 찢어져 버리니까. 그래서 기계로 잡초를 솎는 건 노지에 심은 쪽에서만 가능했다. 비닐 멀칭을 한 쪽은 사람이 직접 약을 치거나 손으로 뽑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비닐을 깔면 초반 잡초는 확실히 덜한 대신, 정작 관리 단계에서 기계의 도움을 못 받는 셈이다. 이게 노지냐 멀칭이냐를 두고 늘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약을 쳐도 벌레는 또 온다
콩이 자라는 동안 병해충도 같이 따라온다. 잎에 벌레가 붙어서 갉아 먹기 시작하면 이파리가 갈색으로 변하고, 그러면 콩이 제대로 크지를 못한다.


그래서 농약을 쳐서 방제를 한다. 면적이 넓으니 이것도 장비를 써야 했다. 약통을 단 방제기로 콩밭 골을 따라 쭉 지나가면서 약을 뿌린다. 장비가 못 들어가는 곳은 사람이 농약을 뿌려야 했다. 방제작업은 한낮을 피해서 한다.

이렇게 기계를 쓰니 확실히 사람 손이 덜 가긴 했다. 기계 없이 이 면적을 사람이 다 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 면에서는 기계 덕을 톡톡히 봤다고 생각한다. 다만 약을 친다고 벌레가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언제든지 병해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밭을 돌아버면서 생육상태를 챙기는 게 너무 중요했다. 농사는 정성이란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콩꽃이 흰색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콩에 꽃이 핀다. 나는 그때 콩꽃을 처음 봤는데, 흰색이었다. 살면서 콩은 숱하게 먹었어도 콩꽃이 흰색인 줄은 정말 몰랐다. 흰 꽃이 마디마디 피고, 그 꽃 자리에 콩깍지가 달리면서 콩이 맺힌다.

콩이 너무 웃자라면 또 손을 봐줘야 한다. 높이 자란 부분의 순을 쳐주는 작업이다. 순을 쳐주면 콩이 옆으로 차면서 수확량도 늘고, 비바람에 쓰러지는 것도 덜하다. 그냥 키가 웃자라게 두면 나중에 콩대가 쓰러져서 골치가 아프다. 그래서 또 기계를 들고 콩 사이를 일일이 지나가면서 순치기를 했다. 보기에는 왜 잘자라는데 저렇게 잘라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풍작을 위한 작업이었다.

가을 문턱의 진짜 골칫거리, 노린재
한여름을 지나 가을로 넘어갈 무렵이 되면 노린재가 기승을 부린다. 콩을 빨아 먹고 갉아 먹는 놈인데, 이게 정말 끈질기다. 농약을 치면 그때만 잠깐 도망갔다가, 약 기운이 빠지면 다시 날아온다. 한마리씩 보면 별것 아닌것 같지만 정성들여 키운 콩에 피해를 심각하게 일으키는 해충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이 녀석들이 얼마나 악질인지 안다.
그래서 약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트랩을 같이 설치했다. 통 안에 콩을 넣어두면 그 냄새를 맡고 노린재들이 안으로 기어 들어가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하루에 수십 마리, 많을 때는 수백 마리씩 잡히니까 효과가 꽤 컸다.

콩밭이 황금색으로 물들면 추수다
이 고비들을 다 넘기면 콩깍지가 차고, 이파리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콩밭 전체가 황금색으로 물든다. 푸르던 밭이 누렇게 익어가는 걸 보면 한 해 농사가 끝나간다는 게 실감 났다.

황금색으로 물든 콩밭. 여기까지 오는 데 한 철이 다 갔다.
다 익은 콩밭은 콩 콤바인으로 추수한다. 콤바인이 쭉 지나가면서 콩대를 베고, 그 안에서 콩을 털어내는 작업까지 한 번에 한다.

재미있는 건 콩전용 톤백은 벼를 담는 톤백하고 다르게 생겼다는 거다. 벼는 콤바인에서 일반 톤백에 바로 담는데, 콩은 잘 마르라고 그물망으로 된 톤백에 담는다. 처음에 그걸 보고 "아, 콩은 이렇게 말리는구나" 싶었다. 그물망 톤백에 콩을 모아 한참 건조를 한다. 예전에는 콩을 수확해서 천막을 깔고 그위에 펼쳐놓고 말렸다고 했다.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방법이 나오는 구나 싶었다.

이렇게 콩을 건조한 다음 20kg 포대에 다시 소분을 해서, 수매를 하거나 판매로 넘긴다.
기계가 해줘도, 결국 사람이 밭을 걸어야 한다
오늘 사진을 최대한 많이 넣은 건, 글로만 설명하면 잘 안 와닿을 것 같아서다. 콩 농사 한 해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전통적인 콩농사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기계를 사용하는 콩농사는 이렇게 짓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경험한 콩 농사는 파종부터 추수까지 기계가 큰 몫을 한다. 트랙터로 심고, 장비로 잡초 솎고, 방제기로 약 치고, 콤바인으로 거둔다. 기계 없이 사람 손으로만 하던 시절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게 수월해진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그 기계들 사이사이에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멀칭 밭 잡초는 손이나 예초기를 사용해서으로 제거하고, 병충해는 눈으로 보고 약을 정하고, 노린재 트랩은 사람이 비워줘야 한다. 기계가 다 해주는 것 같아도, 결국 사람이 밭을 걸어 다니면서 봐야 아는 것들이다. 수월해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쉬운 건 아니었다. 결국 정성이 들어가야 제대로된 수확이 가능했다.
다음 글에서는 밭농사 이야기를 이어가 볼 생각이다.
'나의 귀농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밭농사 한 해를 한눈에 — 보리, 감자, 고구마, 순무, 고추까지 (0) | 2026.06.11 |
|---|---|
| 운동회를 기억하게 한 면민의 날, 강진 땡벌이 울려 퍼진 새우젓축제 — 강화도에서 보낸 축제날들 (0) | 2026.06.09 |
| 강화도에서 키운 강아지와 고양이-먼저 떠나보낸 아쉬움 (0) | 2026.06.06 |
| 추수와 가을 이야기 - 공룡알 만들기 (0) | 2026.06.05 |
| 모내기가 끝나면 진짜 여름이 시작된다 — 뜨거운 벼농사 이야기 (0) | 202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