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농사는 지난 글에서 따로 풀었으니, 오늘은 강화도에서 길러본 다른 밭작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려고 한다. 보리, 감자, 고구마, 순무, 고추. 작물마다 심는 법도 캐는 법도 제각각이라, 같은 밭농사라도 손이 가는 자리와 시기가 다 달랐다. 사진을 곁들여 한 해 밭농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여드리겠다.
6월의 황금물결, 보리밭
먼저 보리다. 사진 속 누렇게 익은 보리밭에 내가 서 있는 게 6월쯤 모습인데, 베기 직전이라 그야말로 황금물결이다.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넉넉해진다.

보리는 겨울에 심고 겨울을 나는 작물이다. 보리밭은 밟아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보리가 심어진 땅이 겨울에 들떠있으면 뿌리가 얼기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보리밭은 물을 대는 논농사가 아니라 마른 땅에서 짓는 밭농사다. 그래서 보리밭이라고 부르는 거 아니겠나. 이번에는 논자리에 보리를 파종해서 길렀다. 논자리라 땅이 질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보다시피 농사가 잘되었다. 논에서 기른 것이라 보리를 벤 자리에 다시 벼를 심을 수도 있어서, 한 땅에서 이모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리를 거두고 나서 서둘러 논을 갈고 곧장 다음 벼농사로 이어졌다.
보리도 콤바인으로 추수한다. 벼 콤바인과는 좀 다르고, 콩을 거둘 때 쓰던 콤바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콤바인 앞에 회전하는 물레방아같은 부속이 있는데 이것이 비슷했다. 정확한 차이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거두는 방식은 콩 때와 비슷하게 기억한다. 콤바인이 보리밭을 쭉 지나가며 베고 털어낸 다음, 배출관으로 톤백에 담아 마무리한다.

손이 많이 가는 감자 심기, 그리고 기계의 등장
고구마 수확을 보기 전에, 감자 심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밭작물은 심는 준비부터가 일이다.
감자는 보통 비닐 멀칭을 한 후에 심는다. 먼저 트랙터에 관리기를 연결해서 두둑을 만드는데, 이렇게 이랑과 두둑을 잡아주는 작업기를 두둑성형기라고 부른다. 두둑을 만든 다음에는 따로 비닐피복기라는 장비를 가지고 2인이 한조가 되어서 한 이랑씩 끌고 가면서 비닐을 씌운다. 장비를 이랑 끝까지 끌고 간 후에 삽으로 잘 마무리를 하면 한 이랑 멀칭작업을 마무리 하게 된다. 두둑 만들기와 비닐 씌우기를 한 번에 하는 일체형 장비도 있는데, 우리한테 그 장비는 없어서 두둑부터 만들어 놓고 비닐은 따로 입히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 장비를 들이고 싶었지만 자금이 부족해서 어쩔수 없었다.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 이 준비가 돼야 비로소 심을 수 있다.
이렇게 멀칭을 끝낸 밭에 동료분들, 할머니들이 다 오셔서 감자를 심는다. 비닐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조각낸 감자를 하나씩 넣어 싹이 트게 한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사람이 많이 와야 하고 그만큼 품이 많이 든다.

그러다 감자 심는 기계를 새로 들여왔다. 흔히 감자파종기라고 부르는 장비인데, 농업기술센터에서 처음 도입한 장비를 빌려와 우리가 직접 시연하며 작업을 했다. 기계가 천천히 앞으로 가는 동안 위에서 사람이 조각낸 감자를 계속 채워 넣으면, 밑에서는 멀칭을 뚫으면서 구멍 난 자리에 감자가 쏙쏙 들어간다. 작업량이 월등해서 많은 면적을 금방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처음 작업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모인 사람들도 신기해했다.

다만 기계가 지나간 자리는 멀칭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어서, 뒤따라 사람이 복토기로 흙을 퍼올려 덮어줘야 한다. 작지만 흙을 많이 퍼올려서 장화를 신지않으면 신발에 흙이 가득 들어간다. 이렇게 감자 파종하는 한 팀은 앞에서 심으며 나가고, 다른 한 팀은 뒤에서 고랑을 지나가며 흙을 덮는다. 그렇게 두 팀이 맞물려야 파종이 끝난다. 손이 확실히 엄청나게 줄었고 시간도 단축되었다.

줄기를 심고, 뒤집어 캐는 고구마
고구마는 감자와 심는 법부터 다르다. 감자는 조각을 잘라 묻고 거기서 싹이 트지만, 고구마는 줄기를 잘라 심을 자리에 하나씩 꽂아준다. 생긴 것이 비슷하지만 같은 밭작물이라도 심는 방법부터 시작이 이렇게 다르다.

수확은 더 다르다. 고구마는 넝쿨이 밭을 온통 뒤덮고 있어서, 캐기 전에 줄기부터 정리해야 한다. 줄기파쇄기라는 장비로 쭉 지나가며 넝쿨을 다 쳐버린다. 그다음에 고구마 굴취기가 들어간다. 덩굴을 다 겉어버린 후에 장비를 사용한다. 이 굴취기는 경운기에 달아 쓰는 장비인데, 땅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계속 흔들리면서 고구마를 위로 솟구쳐 올린다.


장비가 지나간 뒤 밭을 보면 고구마가 흙 위로 줄줄이 드러나 있다. 그러면 사람이 따라가며 고구마를 골라 박스에 담는다. 기계가 캐주긴 해도, 선별하고 담는 건 결국 사람 손이다.
보라색이 고운 순무
순무는 늦가을에 거둔다. 시기가 조금씩은 다르긴 해서 일찍 거두는 것도 있지만, 출하 시기를 조절하느라 늦게까지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냉해를 입지 않도록 밭에 비닐을 덮어 둔다.

이 비닐을 걷고 순무를 뽑으면, 사진처럼 곱고 진한 보라색을 띤 순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볼 때마다 색이 참 예쁘다 싶었다. 일반 무와 다르게 식감도 단단하고 알싸하면서 달달한 강화 순무는 다른 지역에서 맛보기 힘든 특산품이다. 전에 공판장 수매 이야기에서도 다뤘는데, 이렇게 수확한 순무를 농수산물 시장으로 가져가 경매로 넘긴다.

노지 고추, 풋고추에서 빨간 고추까지
마지막으로 고추다. 사진은 노지에 심은 고추밭인데, 비닐하우스를 시작하기 전 해의 모습이다. 처음엔 이렇게 노지에서 고추를 키우다 이듬해에 하우스로 넘어갔다.

고추는 농약을 정말 다른 작물에 비해 많이 줘야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하는 작물이다. 병충해에 강한 품종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은 주었던 것 같다.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으로 잘 살포를 해야지 병충해가 생기면 빨리 번지기 때문에 손실이 커질수 있다. 그래서 고추밭을 보면 농약치던 생각에 제일 많이 난다. 그리고 고추가 자라기 시작하면 지지대와 지지줄도 다 쳐야해서 이래저래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작물이다. 그러나 고추가 풍성하게 열리는 것을 보면 그 고생이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풋고추로 따기도 하고, 그대로 두면 가을에 빨갛게 익어 빨간 고추를 수확했다. 이 빨간 고추를 따서 잘 씻은 다음 말리는데, 사진처럼 바닥에 쫙 널어 물기를 빼고 건조기에 넣어서 건고추로 만든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먼지도 안 들어가고 깔끔하게 마른다. 흔히 말하는 태양초와는 좀 다르지만, 햇볕에 어느 정도 말린 뒤 건조기로 마무리하면 그것도 태양초라 부르기도 하더라. 그렇게 제대로 말린 고추는 건고추 그대로 팔기도 하고, 빻아서 고춧가루로 팔기도 한다.
같은 밭농사라도, 작물마다 손이 다 다르다
이렇게 보면 밭농사라는 게 한마디로 묶기 어렵다. 보리는 콤바인이 거의 다 거두고, 감자는 사람 손과 기계가 번갈아 들어가고, 고구마는 줄기를 치고 굴취기로 뒤집어 캐고, 순무는 때를 보며 비닐로 지키고, 고추는 말리는 데까지 손이 간다. 작물마다 심는 법도 거두는 법도 다 달라서, 한 해 동안 밭에서 배운 게 작물 수만큼 많았다. 물론 내가 이야기 하는 방식이 정답이 아니다. 정말 여러가지 방법으로 각자 농사법이 다 다르다. 처한 환경이나 장비나 인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밭농사를 짓는 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밭농사는 논농사와 다르게 급수가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급수라인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작물 성장이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금전적인 부담으로 설치가 쉽지가 않은게 사실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밭농사를 이렇게 짓는 곳도 있구나라는 관점에서 보아주면 고맙겠다.
콩 농사는 앞에서 따로 풀었으니, 거기까지 보태면 강화도에서 본 밭농사 얼개가 어느 정도 그려질 것 같다. 띄엄띄엄 풀다 보니 빠진 대목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채워보려 한다. 밭작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작물마다 손이 가는 자리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만 미리 알아둬도 큰 그림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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