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현실

집을 지어본 적 있으세요? — 농촌에서 전원주택 짓기

고고파파 2026. 6. 2. 19:58

농사만 지을 줄 알았는데 집도 짓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농조합에서는 농한기에 가끔 주택 건축 일도 했다. 1년에 한두 채 정도, 농업외의 수익을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작업이었다. 농사일이 없을 때 옆에서 거들고 심부름을 하는 형태였지만, 기초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손도 보탠 경험은 또 다른 공부가 됐다.

기초는 땅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다

솔직히 처음엔 집을 지으려면 땅을 깊이 파서 지하 구조물을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다. 터를 잡고 나면 먼저 버림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거푸집을 세워 기초 슬라브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레미콘 차가 들어오면 콘크리트를 쭉 붓고, 수평을 잡으면서 마무리하는 그 작업을 처음 봤을 때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수평도 잘 잡아야하고 일이 끝난 후 잘 말라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데 문제가 안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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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콘크리트를 붓고 기초 슬라브를 타설하기 전 모습.

기초 슬라브가 완성되면 위에 철근을 촘촘히 배근하고 배관도 함께 넣는다. 바닥 밑으로 하수관, 급수관이 다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위치를 잘 잡아야 하고 도면대로 잘 배치해야 나중에 고생을 안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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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철근 배근 완료. 파이프들이 미리 심어져 있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수평을 맞추며 꼼꼼하게 마감한다.

나는 전문가들 옆에서 자재 나르고 보조하는 일을 했다. 콘크리트와 철근배근과 배관설치를 직접 다루는 건 기술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었지만,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걸 알게 됐다.

철골 세우고, 판넬 붙이고, 벽돌을 입힌다

기초가 끝나면 구조 작업으로 넘어간다. 이 집들은 철골 뼈대를 세우고 샌드위치 판넬로 내벽을 잡은 뒤 외부에 벽돌을 쌓는 방식으로 지었다. 도시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나 벽돌집만 봐왔던 터라 처음엔 좀 낯설었다. 하지만  시공 기간이 짧고 단열 성능도 제대로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시공 기간이 짧으니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드는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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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 뼈대가 올라가는 모습. 이 단계에서 집의 크기와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뼈대가 올라가면 외벽과 지붕을 시공한다. 샌드위치 판넬을 설치하는데 불연자재를 사용하고 두께도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않지만 100mm가 훨씬 넘는 두께를 사용하다보니 단열효과가 우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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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시공하고 있는 모습을 안에서 찍어보았다. 아직까지는 집의 모습이 실감이 안난다.

그리고 외벽이 다 세워지면 외벽 전체에 반사단열재를 붙인다. 은빛이 반짝반짝한 그 재료인데,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꼼꼼하게 붙여야 겨울에 난방비가 덜 나온다. 여름에는 냉방을 하면 쉽게 더워지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단열효과는 중요했다. 이 단열재를 붙이는 작업 자체는 단순해 보여도 틈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꼼꼼히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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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전체에 반사단열재를 시공한 모습. 은빛이 반짝이는 저게 단열재다.

단열 작업이 완료되고 그 다음 공정으로 벽돌을 쌓는 조적 작업은 전문 인력이 들어와서 했다. 아시바(비계)를 세우고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한 단 한 단 올라가는데, 점점 집 모양을 갖춰가는 게 눈에 보였다. 처음엔 그냥 뼈대만 있던 곳에 벽이 생기고 지붕이 올라가고 창문 구멍이 잡히고 벽돌이 쌓여지면면 제대로 집이라는 느낌이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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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쌓기 한창인 단층 주택. 지붕 구조가 먼저 잡혀 있고 외벽이 올라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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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쌓기 중인 2층 건물. 조적 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2층짜리 건물은 경사 지붕을 독특한 형태로 설계하다 보니 시공 난이도가 꽤 높았다. 단층 주택은 공사가 그나마 수월했는데, 2층 주택은 지붕 형태가 직선이어서 높은 쪽 작업이 쉽지않아 전문가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바닥을 채우면 집이 완성에 가까워진다

외벽 작업과 동시에 내부에서는 목수들이 마감 작업을 진행했다. 내부 자재들을 설치하기 위해서 바깥에서 치수를 재고 재단해서 들어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안팎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 꽤 역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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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재를 재단하고 있는 모습

내벽이 잡히면 전기배선도 해야하고 바닥 난방 작업도 진행된다. 난방 호스를 촘촘히 깔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바닥을 만드는 걸 방통 작업이라고 한다. 수평을 잘 맞춰야 나중에 바닥이 울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방통 전문가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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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 작업 중. 난방 호스 위에 시멘트를 부어 바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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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까지 끝나면 도배, 전기, 수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된다. 물론 화장실 타일 작업도 해야 하고 마무리를 해야하는 일들이 꽤 많다. 이런 작업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하면 드디어 완공이 된다.

완공된 집 안에 들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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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된 2층 전원주택. 앞에 소나무 한 그루가 분위기를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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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된 단층 전원주택. 겨울 눈이 쌓인 날 외관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아직 마당은 마무리 전이다.

바깥에서 볼 땐 그냥 평범한 농촌 집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느낌이 난다. 원목 천장에 샹들리에, 조각 장식이 있는 철제 난간, 대리석 느낌의 벽 마감까지 —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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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천장과 빈티지 샹들리에. 외관과는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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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계단 난간. 직접 제작한 철제 조각 장식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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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문으로 내려다본 겨울 논밭 풍경. 이 집에서 이런 뷰를 매일 보는 거다.

이 집을 사서 귀농·귀촌을 시작한 분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봤다. 집을 짓는 과정에 함께했던 사람으로서 그게 꽤 뿌듯했다. 물론 전문공사업체가 아닌 개인 주도로 진행되는 공사다 보니 안전관리 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전문 건설사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았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안전수칙은 꼭 챙기시길 권한다.

 

농사만 한 게 아니라 집도 짓고, 트랙터도 몰고, 창고 화재 현장도 가봤다. 귀농·귀촌을 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농촌에서 겪을 현실을 미리 대리 체험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