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이 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이 없다는 거다. 살면서 농지를 사본 적도 없고,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뛰어들기도 겁나는 그 막막함. 나도 처음엔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면 귀농 초기에 농지를 매입하는 건 대부분 현실적이지 않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어느 땅이 좋은 땅인지, 어떤 작물에 맞는 토질인지, 물 빠짐은 어떤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수천만 원을 쓰는 건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 임대로 시작한다. 나도 영농조합 소속으로 임차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농지 임대라는 게 어떤 세계인지를 몸으로 배웠다.
농지 임대, 생각보다 복잡한 법과 단순한 현실
농지임대는 개인간의 거래도 있지만 농지은행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은행은 임대하고 싶은 경작물을 고려하여 신청하면 된다. 임대차 기간은 법상 3년 이상이어야 하고(다년생식물이나 온실·비닐하우스는 5년 이상)(농지법 제24조의2), 임대료는 지역 임차료 수준을 반영해 정해진다고 안내된다(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안내, 정부민원안내콜센터 자료). 지금 조건은 한국농어촌공사(농지은행)에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제가 직접 임차해서 작물을 키워 볼 생각으로 농지은행을 알아봤을 때는 주변에 적당한 농지가 없어 임대가 쉽지 않았고, 농지가 나와도 경쟁이 치열해 임대 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았다.

농지법은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사람'만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상속 등 예외는 있습니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빌려주고 빌릴 수 없고, 법이 정한 경우에만 임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질병이나 3개월 이상 국외여행 등으로 일시적으로 농사를 못 짓게 된 소유자, 60세 이상인 소유자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한 기간이 5년이 넘은 농지(시행령이 정한 조건이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하는 경우 등입니다. 빌린 사람은 그 땅을 농업경영에 써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쓰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계약 종료를 명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 요건은 농지법 제23조와 시행령 제24조를 확인하세요. (농지법 [시행 2026. 9. 18.] [법률 제21462호], 시행령 [시행 2026. 9. 18.] [대통령령 제36586호] 기준, 2026년 10월 9일 확인)
아래부터는 제가 강화에서 보고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쓰고, 중간의 제도 설명에는 출처를 따로 적었습니다.
제가 본 강화 사례에서는 농사를 짓던 어르신의 나이가 많아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임차가 나왔고,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상속이 되면 자녀들이 외지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임차가 계속 이어졌다. 마을 어르신께 땅을 빌리는 일은 주변 사람들을 다 알지 않으면 쉽지 않았다.
말로 시작해도 서류로 남기는 계약
농지법은 서면계약을 원칙으로 한다(제24조 ①).
도시에서 부동산 계약이라고 하면 공인중개사, 계약서, 특약 조항까지 처음부터 꼼꼼하게 챙기는 게 당연한데, 제가 본 강화 사례에서는 처음에는 말로 합의하고 나중에 서류로 작성했다.
구두 계약은 분쟁이 생겼을 때 문제가 된다. 임대료를 얼마로 했는지, 기간이 얼마인지, 중간에 반납하면 어떻게 되는지—구두로만 이야기했다면 기억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귀농 초보 입장에서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남겨두는 게 낫다. 그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관계라면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지에 올려 둔 '농지 임대차 계약서 양식'을 활용하면 좀 더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다. 영농조합에는 임대차 계약서가 있었고, 서류를 작성해 그 기준으로 농지를 경작했다.
임대료, 지역과 토질마다 천차만별
임대료는 지역마다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토질·수리 조건·접근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논과 밭도 다르고, 용수가 잘 들어오는 논과 그렇지 않은 논도 다르다.

제가 본 강화에서는 개인 소유 농지의 임차료를 돈이 아니라 생산된 쌀이나 작물로 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논은 쌀을 몇 가마씩 내는 식이었고, 개인에게 임차할 때도 대부분 수확한 쌀로 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임대료가 낮다고 무조건 좋은 계약은 아니다. 관리가 안 된 땅, 배수가 불량한 땅, 농로가 좁아서 기계 진입이 힘든 땅—이런 조건이 숨어 있으면 임대료를 아낀 만큼 다른 데서 손해가 난다.
영농조합 소속으로 농지를 쓴다는 것
내가 일한 영농조합은 농지를 보유하고 농사를 짓는게 아니고 영농조합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임차한 농지를 조합이 영농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는 이미 임대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라서 내가 직접 계약을 협상하거나 임대인을 만날 일은 많지 않았다.
대신 다른 복잡함이 있었다. 조합 농지는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지만, 어느 블록을 누가 담당하는지, 기계 사용 일정은 어떻게 나누는지 같은 내부 조율이 필요했다. 개인 임차였다면 조합원들이 각각 결정할 수 있는 걸 조합 안에서는 합의가 필요했다. 그게 더 편하기도 했고, 때로는 더 번거롭기도 했다.
농업경영체 등록까지 연결해야 진짜 농업인
농지를 임차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면, 다음 단계는 농업경영체 등록이다. 농업경영체 등록은 융자·보조금 등 농림사업과 직접지불제도(직불금)를 받기 위한 기초 절차다. 임차 농지라도 본인이 실제 경작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 자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에서 하는데, 처음에는 뭘 가져가야 하는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몰라서 서류를 대신 접수하러 갔을 때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필요한 증빙자료는 재배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다르다. 기본은 농지대장과 영농사실확인서이고, 판매 실적으로 등록할 때는 연간 120만 원 이상의 판매 증빙이, 업종에 따라서는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하다.
땅을 빌린다는 건 관계를 빌리는 것
농지 임대는 단순히 땅을 빌리는 계약이 아니다. 농촌에서 땅을 빌린다는 건 그 땅 주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기도 하다. 임대료를 성실하게 내고, 땅을 잘 관리하고, 수확이 끝나면 한마디 서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런 작은 것들이 계약 기간이 끝날 때 갱신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도시에서는 계약서 한 장으로 관계가 정리되지만, 제 생각에는 계약서 이전에 신뢰가 먼저 있어야 한다. 서로 믿어야 땅을 빌려주고 관계도 이어갈 수 있고, 사이가 나빠지면 임차는 끝나고 다른 사람이 임차해 쓰게 될 것이다. 이 내용은 법이 정한 갱신 규정(제25조)과는 별개로, 제 생각이다. 나도 처음엔 이게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지내다 보니 그게 제가 본 곳의 방식이었다. 계약서를 챙기되, 관계를 놓치지 않는 것—그게 농지 임대에서 귀농인이 배워야 할 가장 현실적인 기술인지도 모른다.
귀농을 준비하거나 이미 시작한 분들 모두 좋은 땅, 좋은 임대인을 만나기를 바란다.
참고 자료
확인일: 2026년 10월 9일
·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제23조(시행 2026. 9. 18., 법률 제21462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제24조(시행 2026. 9. 18., 법률 제21462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제24조의2(시행 2026. 9. 18., 법률 제21462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제25조(시행 2026. 9. 18., 법률 제21462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시행령 제24조(시행 2026. 9. 18., 대통령령 제36586호)
·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임대차 등 농지대장 이용정보 변경 신청 양식 게시」(2022-08-10)
· 정부민원안내콜센터(110) FAQ 「농지임대수탁사업이란?」(자료출처 농업e지, 2024-12-18)
수정 이력
2026년 10월 9일: 농지 임대에 관한 법 설명을 농지법 조문 기준으로 바로잡고, 농업경영체 등록 서류 설명과 임대료·계약 방식에 관한 서술을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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