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 23

농촌에서 꼭 필요한 농기계들 — 트랙터, 이앙기, 동력분무기

앞선 글에서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두 가지 — 작물과 거주지 — 를 풀어봤습니다. 이어서 농촌에서 만나게 될 여러가지 현실 중에 오늘은 그중 하나인 농기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시골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이 사실 농기계 문제거든요. 사람이 직접할 수 있는건 솔직히 텃밭 농사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지금 농촌에서는 기계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인력으로 다 했다지만, 농촌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지으려면 농기계의 힘을 최대한 빌려야 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3여년을 보내면서, 도시에서 막연히 그렸던 "삽 하나 들고 농사를 짓는다"의 그림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어요.트랙터 — 농촌의 만능 장비옛..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필수 사항 — 무엇을 키우고 어디서 살 것인가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가치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이게 제일 중요해"라고 한 가지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 귀농입니다.그래도 강화도에서 3여년을 보내고 돌아보니,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꼭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작물을 키울 것인가, 그리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귀농하면 농촌 생활을 이어 나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의식주의 문제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의식주이고, 농촌이라고 그 진리가 달라지지 않더라고요.의식주가 먼저, 그 다음이 농사도시에서 직장 다니실 때를 떠올려보세요. 출퇴근하고, 야근하고, ..

강화도 시골에서 만난 동물들 — 작은 친구와 큰 녀석이 함께 사는 곳

도시에서 동물을 만나는 일은 정해진 자리에서만 일어납니다. 공원에서 산책하는 강아지, 반려동물 카페, 동물원, 길에서 가끔 마주치는 길고양이. 그게 전부예요. 그런데 시골에 살아보니 풍경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가게 앞, 거래처 마당, 동네 어귀, 가을 들녘 —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동물들이 일상을 함께하고 있었어요. 이 글은 강화도에서 일하던 동안 마주친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친구는 손바닥에 올려놓고 싶을 만큼 작았고, 어떤 녀석은 그 옛날 어른들이 "독수리가 어린애를 채간다"고 했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줄 만큼 엄청나게 컸습니다.두 마리 고양이가 가르쳐준 시골의 표정 처음 만난 고양이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새끼였습니다. 거래처에 일 보러 들렀더니, 마당 한쪽에 어미 고양이..

평온해 보이는 농촌의 숨은 위험들 — 트랙터·농로 사고·건조기 화재

도시 사람들이 시골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리는 단어는 "평온"이에요.저도 도시를 떠나 강화도로 갈 때 그 단어 하나에 마음이 끌렸습니다.그런데 막상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보니, 농촌은 평온해 보이지만 아주 많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글은 강화도에서 일하는 동안 직접 보거나 겪은 세 번의 사고 이야기입니다.영농조합 트랙터가 새 밭에 빠진 일, 농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그리고 추수 후 건조기에서 일어난 화재.셋 다 평온함의 이면에 있는 농촌의 진짜 모습을 보여줍니다.밭에 빠진 트랙터 영농조합에서 일하던 어느 날, 새로 복토한 밭에 트랙터를 넣어 밭을 갈아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복토가 막 끝난 자리라 바닥이 평평해 보였습니다.보기엔 멀쩡했는데 트럭으로 흙을 부을 때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농촌의 현실 2026.05.08

정착 지원금 합격하고도 받지 않은 이유 — 5년 거치 상환과 영농조합 출자라는 현실

도시 사람들이 귀농을 알아볼 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5억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예요. 저도 그 말에 솔깃해서 귀농 결심에 큰 힘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5억이라는 숫자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고, 신청서를 직접 쓰고, 면접을 보고, 1차 탈락을 거쳐 추가 합격 통보까지 받은 후에야 — 그 자금을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이 글은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신청서를 혼자, 퇴근 후 매일 한 칸씩귀농 교육을 다 이수한 다음 해 초에 정착 지원금 신청 절차가 열렸어요. 저는 영농조합에서 일하던 입장이라 낮에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신청서는 일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와서 매일 한 칸씩, 한 항목씩 채워나갔어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였습니다.신청서가 단순한 양식이 아..

농촌의 현실 2026.05.07

한 알의 볍씨가 모 한 포기가 되기까지, 강화도의 볍씨 파종, 못자리 작업

귀농 후 첫번째 봄, 농사라는 게 단순히 "땅에 모를 심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알게 됐습니다. 모내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 한겨울부터 봄 초입까지 이어지는 준비 과정이 따로 있었어요. 볍씨를 고르고, 신청하고, 받아 와서, 소독하고, 헹구고, 모판에 뿌려, 발아실을 거쳐 못자리에서 키우는 일들. 이 글은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그 봄 작업 전체를 옆에서 본 기록입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면, 이 과정이 농사라기보다 공장 같았어요.20만평을 모내기하는 곳제가 일했던 영농조합은 작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조합에서 직접 짓는 벼농사가 10만평이 넘었고, 모내기 대행까지 합치면 20만평이 넘는 논에 모를 심는 곳이었어요. 이 규모를 처음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평수라고 하면 아파트..

귀농 교육 신청부터 72시간 이수까지,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직접 해본 정리

귀농을 결심하고 강화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것 중 하나가 귀농 교육이었습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정착 지원금 같은 정부 혜택도 대부분 교육 이수가 조건으로 걸려 있어서, 어차피 받아야 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 과정에 등록했고, 2018년 72시간을 채웠습니다. 이 글은 그때 직접 신청하고 다닌 경험을 정리한 안내예요. 귀농 교육이 어디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귀농만 길이 아니다 — 귀어와 귀산촌도 있다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는 길에는 사실 여러 갈래가 있어요. 저도 시골행을 마음에 두고 몇 달 동안 농촌만 알아본 게 아니라 어촌과 산촌까지 같이 검토했습니다. 어떤 길이 본인 사정에 맞는지 비교..

물가는 비싼데 생활비는 줄었다 — 강화도 시골 살이의 역설

"시골 가면 생활비 적게 들 거야." 도시에서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강화도에서 살아본 결과는 좀 의외였어요. 어떤 부분은 도시보다 더 비쌌고, 어떤 부분은 도시보다 훨씬 적게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뭐다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됐습니다. 시골은 도시보다 싼가, 비싼가. 강화도에서 살아본 한 사람의 결산을 그대로 풀어봅니다. 공산품과 외식, 도시보다 확실히 비쌌다먼저 깨진 환상부터 말씀드리면, 시골이라고 공산품 가격이 더 싼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비쌌어요. 면에 있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다 보면 같은 제품이 서울보다 살짝 더 비싼 수준이었습니다. 가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접근성이었어요. 면이나 읍까지 나가야 제대로 된 마트가 있는데, 한 번 장보러 가는 데 ..

농촌의 현실 2026.05.03

시골에는 농사꾼만 사는 게 아니더라, 강화도에서 본 다양한 삶의 모습

비료 살포기 메고 진흙뻘에 빠져서 "내가 뭐 하러 여기 왔지" 하던 그날 이야기로 지난 글을 마무리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다음 날 짐 싸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서 첫날에 보이지 않던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발견에 대한 이야기예요.일은 끝이 없었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영농조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직접 경작하는 논과 밭만 챙기는 게 아니었어요. 경작 대행 일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모내기, 볍씨에서 모종 키우기, 논 갈기, 밭 갈기, 비닐 씌우기, 파종, 비료, 농약, 수확, 건조까지. 일 종류를 적어보면 정말 끝이 없더라고요. 저는 그 모든 일이 처음이라 어딜 가도 "어떻게 하는 거예요" 묻는 신..

강화도 영농조합 창고 2층, 그해 여름 첫 한 달의 기록

지난 글에서 2017년 7월 강화도로 짐을 옮기던 그날 이야기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이후 한 달에 대한 기록이에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도착해서, 영농조합 창고 2층 숙소에 자리를 잡고, 첫 농사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한 달이 제 귀농 생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어요. 환상이 빠르게 깨지면서, 이게 진짜 어떤 일인지 몸으로 알게 된 시기였거든요.창고 2층 숙소, 일과 생활이 한 공간에 이사 전에 일주일 넘게 영농조합 식구들과 함께 창고 2층을 손봤습니다. 1톤 트럭 한 대에 짐을 줄이고 줄여 실어 강화도로 들어오던 그날의 기분은 지금도 또렷해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간다는 게 외롭고 허탈하면서도 묘하게 설레는, 그런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