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에서 두번째 해에는 콩 농사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콩농사는 그냥 논둑이나 자투리 땅에 씨앗을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내게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콩 씨앗 포대를 가져와서는 큰 다라에 콩을 넣고 소독약을 부어서 열심히 비볐다. 그러자 콩이 빨갛게 되었다. 그리고 잘 건조시켰다. 빨간콩을 그 때 처음 봤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정말 콩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파종 전에 씨앗을 약제로 코팅하면 발아 초기에 병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보면 좀 낯선 색이지만, 파종철마다 그 붉은 씨앗을 준비할 때마다 이제 "아, 콩농사 시작이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한 콩 농사. 만평이 넘는 면적이었다. 뭐 논농사를 10만평이상 하니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작해서 경험해 보기 전까지 말이다.

트랙터 없이는 시작도 안 되는 규모
만평이 넘는 콩밭이다 보니 손으로 심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트랙터에 파종기를 달아서 들어가야 했다. 밭을 먼저 갈고, 다음에 파종기를 장착한 트랙터로 줄줄이 씨앗을 심는다. 밭고랑과 이랑은 파종기가 지나가면서 만들어진다.
내가 처음으로 트랙터를 몰고 밭을 가는 경험을 하게 된것이 바로 콩밭이었다. 그냥 보기에는 로타리를 부착한 트랙터를 끌고 왔다갔다 하는 단순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트랙터를 운전하는 사람은 깊이가 일정하게 갈아지도록 신경도 써야 하고 트랙터에 부하가 걸리는 것도 계속 체크하면서 운전을 해야 문제가 안생긴다. 나는 경험이 없어서 그냥 신나게 고RPM으로 막 돌리다가 PTO축을 그냥 부러뜨리고 말았다. PTO축은 트랙터 동력을 파종기나 다른 작업기에 연결해 주는 부분인데, 로터리를 단 상태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그게 그냥 부러져 버렸다. 아찔했다. 수리 비용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밭갈이 작업 중간에 딱 멈춰버린 게 더 당황스러웠다. 농기계는 한번 고장나면 그날 작업이 통째로 중단된다. 특히 파종 시기는 타이밍이 있어서, 그 기간을 놓치면 그 해 농사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그 날 이후로는 좀 더 조심스럽게, 특히 로터리 작업을 할 때는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게 됐다.

면적이 넓어서 두 대가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밭은 큰 평수가 별로 없고 붙어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모양도 네모반듯한 밭은 거의 없다시피해서 작업 속도가 더딜 수 밨에 없다. 그래서 만평이 넘는 면적을 하려면 파종에 몇일동안 매달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트랙터 여러 대가 나란히 들어가서 같이 하는 날도 있었다.

비닐이냐 노지냐 — 두 가지 방법을 같이 써봤다
콩 농사에는 비닐 멀칭을 깔고 심는 방법과 노지에 그냥 심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영농조합에서는 두 방법을 병행해서 하다 보니 둘 다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닐을 깔면 잡초 억제가 확실하고 수분도 보존이 된다. 노지는 비닐 작업 없이 심으니 처음에 파종속도가 빠르고 초기 작업량은 적지만 잡초 관리가 나중에 훨씬 더 힘들어진다.
어떤 방법이 낫냐는 작물 목적이나 면적, 인력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규모로 할 때는 노지 파종 후에 잡초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따로 할 생각이다.

파종 후가 진짜 시작이다 — 배수로와 영양제
씨앗을 심고 나면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관리 시작이다.
콩은 물 빠짐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이 고이면 뿌리가 썩고, 그 뒤에는 아무리 약을 쳐도 잘 안 살아난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배수로 상태가 그 해 수확을 가를 정도로 중요했다. 그래서 파종 후에 배수로를 한 번 쭉 돌면서 막힌 곳이 없는지 정비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리고 콩을 파종하자 마자 영양제 살포도 한다. 그래야 씨앗들이 영양성분을 먹고 힘차게 싹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발아되는 떡잎이 노랗게 뜨거나 성장이 더딘 걸 보면 영양 상태를 봐야 한다. 눈으로 봐서 상태가 안 좋다 싶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 콩이 잘 자라도록 해야한다. 기계가 다 해준다고 해도 이런 부분은 사람이 밭을 걷고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메마른 땅에 싹을 틔우다

과연 콩 싹이 날까? 조바심도 있었다. 제대로 안 나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니 걱정이 안되었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자연의 섭리는 위대했다. 싹이 도저히 나지 않을 것 같은 노지에 파종한 콩들이 힘차게 떡잎을 밀고 올라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사진에 보이는 밭은 논을 메워서 밭으로 만든 곳이라 토질도 않좋고 물빠짐도 안좋은 악조건이었는데도 콩들이 싹을 내주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논을 밭으로 만든 곳들은 밭농사 첫해는 사실 밭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들 농사선배들이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기대반 포기반으로 파종을 했는데 그래도 사진처럼 싹들이 올라와서 한시름 놓았던 기억이 있다.
심어놓고 나면 잡초가 기다리고 있다
파종을 끝내고 나면 다음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잡초다. 특히 노지로 심은 면적에서는 잡초가 콩이랑 같이 올라온다. 조금만 관리를 늦추면 콩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빽빽해진다. 만평 넘는 면적에서 잡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콩 농사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밭마다 콩들의 상태도 다르고 잡초가 자라는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잡초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시기를 놓치면 배이상의 노력을 더 투입해도 깨끗하게 잡초를 제거할 수 없다. 농사를 지으면서 잡초와의 전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농사를 조금이라도 지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잡초제거와 여름 콩밭 이야기, 그리고 가을 추수까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할 생각이다.

내가 경험한 콩 농사는 일반적인 콩농사 이야기가 아니다. 기계화된 콩농사의 이야기이다. 파종 자체는 트랙터가 대부분을 해결해 주지만, 그 전후로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씨앗 준비, 파종 준비, 배수로 정비, 영양 관리, 잡초 제거까지. 만평 규모에서는 그 하나하나가 작은 일이 아니었다. 기계를 사용한 콩 농사에 관심이 있다면 파종 방법만큼이나 파종 이후 관리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그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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