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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농촌 라이프 — 다양한 사고, 그렇게 알아가는 농촌 현실

농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화재, 농기계 고장, 트랙터 사고. 도시에서 겪는 사고와 종류가 다를 뿐, 잊을만 하면 사건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게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평화로운 풍경 뒤에 숨어 있는 농촌의 또 다른 얼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창고가 재로 변한 날영농조합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 아는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은 날이 있었다. 밤새 불이 났다고 했다. 창고가 다 탔다고 해서 직접 가봤다. 넒은 창고가 그냥 아수라장이었다.창고 안을 보니 그야말로 폐허였다. 농작물을 담던 플라스틱 박스들이 열에 녹아서 서로 뭉쳐지고 뒤엉킨 채 쌓여 있었다. 천..

농촌의 현실 2026.05.29

붉은 콩 씨앗을 심던 날 — 만평 콩밭 농사 이야기

영농조합에서 두번째 해에는 콩 농사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콩농사는 그냥 논둑이나 자투리 땅에 씨앗을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내게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콩 씨앗 포대를 가져와서는 큰 다라에 콩을 넣고 소독약을 부어서 열심히 비볐다. 그러자 콩이 빨갛게 되었다. 그리고 잘 건조시켰다. 빨간콩을 그 때 처음 봤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정말 콩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파종 전에 씨앗을 약제로 코팅하면 발아 초기에 병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보면 좀 낯선 색이지만, 파종철마다 그 붉은 씨앗을 준비할 때마다 이제 "아, 콩농사 시작이구나" 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그렇게 시작한 콩 농사. 만평이 넘는 면적이었다. 뭐 논농사를 10만평이상 하니 그렇게 크게 ..

자동화가 돼도 쉬운 일은 없었다 — 비닐하우스 고추 농사 현실

맨처음 블로그 글을 썼을때 언급한 2000평 하우스농사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농사를 접하게 되어서 기대반 두려움반이었다고나 할까. 난 귀농을 하게 된다면 결국 하우스농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있었고 솔직히 기대가 컸다. 선택한 작물이 고추였기에 하우스에서는 비도 안맞으니 탄저병이 덜 할 것이고, 급수 시스템도 있고, 환기도 된다고 하니까 노지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추는 특용작물도 아니고 노지에서도 많이 키우는 작물이라 하우스에서 기르는 것은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고 경험이 일천한 내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모종을 하고 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처음엔 노지랑 별다를 ..

농산물 공판장 수매 — 농사보다 파는 게 더 중요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씨 뿌리고 수확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제로 농촌에 살아보면 수확이 끝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거둬들인 걸 어디에,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가가 사실 농사의 절반이다. 나도 처음엔 그걸 몰랐다.강화도에서 3여 년을 지내면서 공판장에 물건을 내놓는 경험을 계속 하게되었다. 순무를 서울까지 싣고 갔던 일도 있고, 가을마다 쌀을 RPC에 수매하던 일도 있다. 고구마도 싣고 가서 경매를 의뢰하고 이런 풍경은 꽤 다르면서도, 농사도 장사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잘 팔아야 하느냐가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순무를 싣고 강서시장까지강화도 특산품 하면 순무를 빼놓을 수 없다. 동그랗게 생긴 게 무랑 비슷한데,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강화 순무로 담근 깍두기나 김치는 강화 아..

농촌의 현실 2026.05.22

농지 임대 현실 — 만만하지 않지만 부딪히면서 알아가야 한다.

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이 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이 없다는 거다. 살면서 농지를 사본 적도 없고,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뛰어들기도 겁나는 그 막막함. 나도 처음엔 그랬다.결론부터 말하면 귀농 초기에 농지를 매입하는 건 대부분 현실적이지 않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어느 땅이 좋은 땅인지, 어떤 작물에 맞는 토질인지, 물 빠짐은 어떤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수천만 원을 쓰는 건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 임대로 시작한다. 나도 영농조합 소속으로 임차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농지 임대라는 게 어떤 세계인지를 몸으로 배웠다.농지 임대, 생각보다 복잡한 법과 단순한 현실농지임대는 개인간의 거래도 있지만 농지은행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은행은 임..

농촌의 현실 2026.05.21

기회는 준비한 사람의 것 — 선배 귀농인들의 다양한 모습들

지난번에 "귀농 교육 72시간"이라는 글에서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신청하고 이수한 과정을 풀어본 적이 있어요. 그 교육은 강의실에서 듣는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 현장을 직접 다녀보는 탐방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다녔던 현장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날 풍경이 다시 떠오르네요.농업기술센터의 벼 품종 전시 — 다양한 쌀, 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쌀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건 농업기술센터 안에 있던 벼 품종 전시였어요. 투명한 실린더 안에 8가지 품종의 벼가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백진주, 고시히카리.삼광 등등, 줄지어 선 8가지 벼를 보면 키도 다르고 쌀알 크기도 다 달랐어요. 사실 벼의 품종은 100가지가 넘는답니다. 그중에서 강화도에서 재배하는 대표적인 품종들..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며칠 — 영농조합 모내기의 전 과정

지난번 글에서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 푸른 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봤어요. 부직포까지 걷고 나면 어린 모가 햇볕을 받으며 한참을 자라는데, 그 모가 10~15cm쯤 되면 드디어 본격 모내기 단계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그 모내기의 전 과정을 풀어보려 해요. 현대화된 영농조합에서는 이걸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며칠 동안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요. 트랙터가 도는 논, 옛 쟁기 시대의 끝모내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논을 갈아야 합니다. 예전엔 소가 쟁기를 끌면서 갈았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트랙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트랙터가 한 번 들어가서 넓은 논을 쓱쓱 돌면서 써래질을 하고 나면 흙이 다 갈려요. 도시 사람이 처음 보면 그 속도에 놀랍니다. 사람 몇십 명이 며칠 걸려야 했을 일을..

귀농 후기 2026.05.17

발아실에서 못자리까지, 모판 2만 장이 푸른 모로 자라는 과정 — 강화도 영농조합의 봄 (2)

지난 글 "볍씨 신청부터 모판 파종까지"에서 영농조합 봄 작업의 앞단 — 종자 신청과 소독, 파종 라인 이야기를 정리했어요. 이번에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파종을 마친 모판이 발아실에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 깔려 푸른 모로 자라기까지를 사진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모들이 발아실에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 깔려 푸른 모로 자라기까지 실제로 옆에서 작업해보지 않으면 도시 사람들은 알수 없는 부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저도 도시사람이라 이런 건 알지 못했답니다.종자별로 정리된 볍씨 포대들영농조합 창고 한쪽에는 겨울부터 볍씨 포대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종자별로 따로따로 정리된 포대들이 줄지어 놓이는데, 사진에 보이는 건 강화도에서 가장 많이 심는 삼광벼 포대들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추청도 있고 고시히..

귀농 후기 2026.05.16

농촌에서 꼭 필요한 농기계들 — 트랙터, 이앙기, 동력분무기

앞선 글에서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두 가지 — 작물과 거주지 — 를 풀어봤습니다. 이어서 농촌에서 만나게 될 여러가지 현실 중에 오늘은 그중 하나인 농기계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시골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이 사실 농기계 문제거든요. 사람이 직접할 수 있는건 솔직히 텃밭 농사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지금 농촌에서는 기계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인력으로 다 했다지만, 농촌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지으려면 농기계의 힘을 최대한 빌려야 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강화도 영농조합에서 3년을 보내면서, 도시에서 막연히 그렸던 "삽 하나 들고 농사를 짓는다"의 그림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어요.트랙터 — 농촌의 만능 장비옛날..

농촌의 현실 2026.05.13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필수 사항 — 무엇을 키우고 어디서 살 것인가

귀농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가치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이게 제일 중요해"라고 한 가지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 귀농입니다.그래도 강화도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보니,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꼭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작물을 키울 것인가, 그리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귀농하면 농촌 생활을 이어 나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의식주의 문제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의식주이고, 농촌이라고 그 진리가 달라지지 않더라고요.의식주가 먼저, 그 다음이 농사도시에서 직장 다니실 때를 떠올려보세요. 출퇴근하고, 야근하고,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