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결심하고 강화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것 중 하나가 귀농 교육이었습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정착 지원금 같은 정부 혜택도 대부분 교육 이수가 조건으로 걸려 있어서, 어차피 받아야 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 과정에 등록했고, 2018년 72시간을 채웠습니다. 이 글은 그때 직접 신청하고 다닌 경험을 정리한 안내예요. 귀농 교육이 어디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귀농만 길이 아니다 — 귀어와 귀산촌도 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는 길에는 사실 여러 갈래가 있어요. 저도 시골행을 마음에 두고 몇 달 동안 농촌만 알아본 게 아니라 어촌과 산촌까지 같이 검토했습니다. 어떤 길이 본인 사정에 맞는지 비교하고 또 비교했어요. 며칠 알아보고 결정할 일이 아니더라고요.
귀어(歸漁)는 어촌으로 들어가 수산업을 직업으로 삼는 길이에요. 정부 산하 어업 진흥 기관과 종합지원센터에서 교육과 정착 지원을 운영합니다. 양식, 어업, 수산물 가공 같은 분야가 있고, 정부 지원도 꽤 두툼하게 짜여 있어요. 다만 어선·면허 같은 진입 조건이 까다롭고 초기 자본 규모도 농업보다 더 큰 편입니다.
귀산촌(歸山村)은 산림이 많은 지역으로 들어가 임업·산림업을 하는 길이에요. 산림청과 임업 관련 진흥 기관에서 교육과 정착 지원을 운영합니다. 표고버섯·산나물·약초 같은 임산물 재배가 대표적이고, 임업 경영 컨설팅도 따로 운영돼요. 산이라는 자원의 특성상 시간 호흡이 길고 단기 수익이 어려운 게 특징입니다.
저도 이 셋을 다 알아봤는데 자본·연고·작목 적성을 따져봤을 때 농촌이 가장 현실적이었어요. 어촌은 초기 자본 부담이 너무 컸고, 산촌은 임산물 재배 노하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귀농으로 마음을 굳혔고, 이 글의 나머지는 그쪽 길에 대한 안내예요.
농촌만 답이라고 단정하지 마시고, 본인 적성과 사정에 가장 맞는 길을 먼저 찾는 게 순서입니다. 어촌이나 산촌에 더 마음이 끌리시는 분들은 각각의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한 번 둘러보시기를 권해드려요. 같은 "시골 가는 길"이라도 어떤 자원을 다루느냐에 따라 일과 자본의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귀농 교육은 어디서 받나

전국 단위로 보면 귀농 교육은 크게 다섯 갈래에서 운영됩니다. 제가 알아본 범위에서 정리해드리면 다음과 같아요.
가장 보편적인 곳이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예요. 시·군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있고, 거기서 매년 귀농귀촌 과정을 모집합니다. 그 지역에 정착할 사람을 직접 가르치는 자리라 지역 정보·작목·정책까지 가장 현실적으로 맞물려요. 강화군, 양평군, 홍성군처럼 귀농 인구가 많은 지역은 과정이 활발하고 경쟁도 있는 편입니다.
두 번째는 귀농귀촌종합센터의 온라인 교육이에요. returnfarm.com에서 100시간 온라인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데, 시간이 자유로워서 평일 직장 다니시는 분들이 정착 지원금 자격 요건의 100시간을 채우는 용도로 가장 많이 활용합니다. 오프라인 교육 다니기 어려운 분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에요.
세 번째는 도 단위 농업기술원입니다. 시·군 위에 도 단위로 경기도농업기술원, 충남농업기술원, 강원도농업기술원 같은 광역 기관이 있고, 거기서도 별도 귀농 교육을 운영해요. 시·군보다 규모가 크고 작목 전문 과정이 더 다양한 게 특징입니다.
네 번째는 한국농수산대학교(한농대)예요. 일반적인 단기 귀농 교육과는 결이 다른데, 청년이 농업을 진로로 정한다면 가장 본격적인 진입로입니다. 여기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입니다. 수업료와 기숙사 비용이 다 무료로 알고 있어요. 영농조합에서 저와 같이 일하던 한 동생이 한농대를 졸업한 친구였어요. 말농업을 전공한 30대 초반의 동생이었는데, 제가 영농조합을 그만두는 시점까지 계속 거기서 일했습니다. 한농대 출신들은 졸업 후 부모님 가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고, 졸업할 때 농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국가에서 영농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혜택까지 따라와요. 제 주변에도 한농대를 졸업하고 부모님의 가업 농사를 이어받은 영농후계자가 여러 명 있었습니다. 일반 귀농 교육보다 훨씬 안정적인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걸 그 동생들을 보면서 느꼈어요.
다섯 번째는 농협 교육원과 민간 단체 교육입니다. 농협 교육원은 농협이 직접 운영하는 귀농·창농 과정이고, 그 외에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같은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단기 과정도 있어요. 다만 일부 민간 교육은 정착 지원금 자격 시간으로 인정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수입니다.
이 다섯 갈래 중에 어디로 가실지는 본인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평일 시간 빼기 어려우면 온라인 교육, 농업을 평생 진로로 정한 청년이면 한농대, 기존에 농협 거래가 활발하면 농협 교육원, 일반 귀농인은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자연스러운 선택이에요.
저는 이 중에서 강화군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 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정착할 지역이 강화도이었고 다양한 지역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신청 절차와 필요한 서류
제가 신청한 2018년도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모집 시기는 그해 1월부터 2월초까지였어요. 신청 방법은 방문 접수만 가능했습니다. 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에 방문 접수하는 방식이었어요. 선발은 서류 충족자 선착순이었고, 모집 인원은 80명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귀농반 40명, 귀촌반 40명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사실 강화는 귀농 귀촌 인기지역이어서 접수하면서도 떨어질까봐 조바심도 났습니다.
제출해야 할 서류는 네 가지였습니다. 귀농·귀촌 교육 신청서 1부, 귀농계획서 1부,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 1부, 그리고 반명함판 사진 1장.
이 중에서 귀농계획서가 가장 신경 쓰였어요.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본인이 왜 귀농하려는지, 어디에 정착할지, 어떤 작목을 어떤 이유로 선택했는지를 주관식처럼 작성해야 했거든요. 그때 제가 작성한 계획서도 특용작물이 아닌 일반 채소류로 재배 작물을 정하고 농업을 하겠다고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72시간 동안 무엇을 배웠나

교육 일정은 2018년 2월부터 4월까지 약 석달이었어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농조합에서 일하던 입장이라 평일에 시간을 빼기가 어려웠지만 영농조합에서 제 사정을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어서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교육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커리큘럼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뉘었어요.
귀농귀촌 지원 정책 파트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종 지원 사업, 정착 지원금, 농지 매입 융자, 청년농업인 지원 같은 실무 정보를 다뤘습니다. 이 파트가 가장 실용적이었어요. 이 정보를 모르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못 받는 게 현실이라.
작목별 재배 기술 파트에서는 강화도에서 주로 재배하는 작목 중심으로 기초 농법을 배웠어요. 벼, 고구마, 토마토, 채소류 같은 일반 재배작물부터 지역 특산물까지 폭넓게 다루었습니다. 다만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가지를 다루다 보니 깊이는 한정적이었어요. "이런 작목은 이런 식으로 키운다" 윤곽 정도였지, 실제 재배 디테일은 결국 현장에서 따로 배워야 했습니다.
SNS를 이용한 농산물 판매 기법 파트는 의외로 신선했어요. 농민이 SNS와 온라인 직판을 활용하는 시대라는 걸 강조하는 강의였는데, 마케팅 방법,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방법 등 6차 산업으로 가려는 분들에게는 이 파트가 핵심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비용은 교육비 자체는 무료였고, 자치회 운영비 등 일부 소요 경비만 자부담이었어요. 식대나 교재비 같은 소소한 비용 정도로 기억합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이수하고 나서 돌아보면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좋았던 점부터 말씀드리면, 정책 정보를 한자리에서 정리해주는 게 가장 큰 가치였어요. 인터넷으로 흩어진 정보를 따라 다니는 것보다 강의 한두 시간 듣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교육받는 동기들과의 네트워크도 의외의 자산이었어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고민하는 자리라 정보 공유가 자연스러웠고, 강의 끝나고 나누는 잡담에서 강의보다 더 쓸 만한 정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72시간이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영역을 깊이 들어가기엔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작목별 재배 기술 같은 건 강의로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결국 현장에서 손으로 익혀야 합니다. 교육이 필요조건은 채워주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어요. 매주 월요일, 화요일 오후라는 시간대도, 평일에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컸습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권하고 싶은 건, 교육은 정책·기초 지식 습득용으로만 활용하시고 실제 농사 기술은 영농조합·선배 농가·인턴십을 통해 따로 배우시는 방향이에요. 농업에 더 깊은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업아카데미도 농업기술센터에서 1년 과정으로 모집하고 있으니 참고하셔도 될 듯해요.
정보는 또 어디에서 얻을까
귀농 교육 외에도 정보를 얻는 경로는 몇 가지 더 있어요. 제가 활용했던 순서대로 적어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returnfarm.com)가 가장 정보가 많이 모인 공식 사이트입니다. 전국 교육 일정, 정책 안내, 선배 사례, 지역별 정착 정보가 정리돼 있어요. 귀농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먼저 둘러보실 곳입니다.
저도 온라인 검색만 한 건 아니었어요. 더 많은 다양한 정보를 찾기위해 직접 찾아간 적도 있어요. 귀농귀촌종합센터가 있는 서울 양재동 aT센터 4층에 찾아갔었습니다. 아직도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거기서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팜플렛도 한 묶음 챙겨왔어요. 인터넷으로 한두 시간 헤매는 것보다 직접 가서 30분 상담받는 것이 더 확신이 많이가고, 종이 자료를 손에 쥐고 집에 와서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방문 전에 상담 전화(1899-9097)로 일정 확인해보시면 좋아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은 비는 시간이라 그 시간만 피하시면 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방문해보시는 걸 권해요. 인터넷에서 절대 못 얻는 그림이 하나는 손에 들어옵니다.
해당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접 방문 또는 전화 문의도 효과적이에요. 홈페이지에 안 올라온 지역 한정 정보, 모집 일정, 담당자 연락처를 직접 받을 수 있습니다. 강화군이라면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 전화 한 통 거시는 게 가장 빠릅니다.
인터넷 검색과 블로그·유튜브는 보조용으로 좋아요. 다만 개인 경험담이라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정보는 아닙니다. 참고는 하시되 절대 기준으로 삼지는 마세요. 정책 정보는 매년 바뀌기 때문에 5년 전 블로그 글의 수치가 지금은 다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미 그 지역에 정착한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게 가장 강력한 방법이에요. 인터넷 정보 100시간 검색하는 것보다 정착 5년 차 분과 1시간 대화하는 게 훨씬 정확하고 현실적입니다. 영농조합·마을 모임·지역 카페 같은 통로를 통해 한 명만 알게 되어도 그 안에서 다음 사람으로 연결됩니다.
마지막으로
귀농 교육은 정착 지원금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한 형식적 절차로만 보지 마시고, 본인의 막연한 그림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다듬는 자리로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귀농귀촌교육의 다양한 강의를 듣고 다양한 동기를 만나면서 "내가 정말 이 길을 갈 수 있는가" 자문하게 되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 자문이 끝까지 그렇다고 답한다면 귀농을 시작하실 자격은 충분히 갖추신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제가 받았던 2018년 과정과 세부 내용이 달라졌을 수 있어요. 모집 일정, 비용, 커리큘럼은 매년 바뀌니까 신청하시기 전에 해당 시·군 농업기술센터나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서 최신 안내를 확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인생이 바뀌는 큰 결정을 위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발품을 팔고 찾아보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요? 귀농, 귀촌에 관심이 있으신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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