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일상 4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며칠 — 영농조합 모내기의 전 과정

지난번 글에서 모판이 못자리에서 자라 푸른 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봤어요. 부직포까지 걷고 나면 어린 모가 햇볕을 받으며 한참을 자라는데, 그 모가 10~15cm쯤 되면 드디어 본격 모내기 단계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그 모내기의 전 과정을 풀어보려 해요. 현대화된 영농조합에서는 이걸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며칠 동안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요. 트랙터가 도는 논, 옛 쟁기 시대의 끝모내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논을 갈아야 합니다. 예전엔 소가 쟁기를 끌면서 갈았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트랙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트랙터가 한 번 들어가서 넓은 논을 쓱쓱 돌면서 써래질을 하고 나면 흙이 다 갈려요. 도시 사람이 처음 보면 그 속도에 놀랍니다. 사람 몇십 명이 며칠 걸려야 했을 일을..

일년의 농사를 결정한다. 모판이 못자리에 깔리기까지 — 영농조합 봄 작업 풍경

지난번에 "한 알의 볍씨가 모 한 포기가 되기까지"라는 글에서 영농조합 봄 작업의 전체 흐름을 한 번 정리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큰 그림으로 흘러갔는데, 이번에는 사진을 보면서 각 단계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려 합니다. 모들이 발아실에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 깔려 푸른 모로 자라기까지 — 실제로 옆에서 작업해보지 않으면 도시 사람들은 알수 없는 부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저도 도시사람이라 이런 건 알지 못했답니다.종자별로 정리된 볍씨 포대들영농조합 창고 한쪽에는 겨울부터 볍씨 포대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종자별로 따로따로 정리된 포대들이 줄지어 놓이는데, 사진에 보이는 건 강화도에서 가장 많이 심는 삼광벼 포대들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추청도 있고 고시히카리, 찹쌀도 있고 취급한 쌀 종자가 꽤 ..

강화도에서 가끔씩 들른 카페들 — 109 하우스, 조양방직, 그리고 이름 모를 카페들

오늘은 강화도에서 가봤던 카페 이야기를 좀 풀어볼까 해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많이 가보지는 못했어요. 영농조합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늘 일이 바빴고, 여가를 즐길 시간 자체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어쩌다 한 번씩 영농조합 식구들과 같이 짬을 내서 다녀온 곳들이 있었습니다.지금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따져보니, 강화도에서 3여년을 보내는 동안 카페에 간 게 한 10번 정도였어요. 그중에서도 사진이 남아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몇 군데를 떠올려보려 합니다. 사진이 기억이 되살아나서 카페에 갔던 추억을 떠올리니 강화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바닷가에 그리스풍으로 서 있던 카페 109 하우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진은 바닷가에 있는 카페 109 하우스예요. 강화도 바닷가를 지나가다 보면 그..

강화도 시골에서 만난 동물들 — 작은 친구와 큰 녀석이 함께 사는 곳

도시에서 동물을 만나는 일은 정해진 자리에서만 일어납니다. 공원에서 산책하는 강아지, 반려동물 카페, 동물원, 길에서 가끔 마주치는 길고양이. 그게 전부예요. 그런데 시골에 살아보니 풍경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가게 앞, 거래처 마당, 동네 어귀, 가을 들녘 —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동물들이 일상을 함께하고 있었어요. 이 글은 강화도에서 일하던 동안 마주친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친구는 손바닥에 올려놓고 싶을 만큼 작았고, 어떤 녀석은 그 옛날 어른들이 "독수리가 어린애를 채간다"고 했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줄 만큼 엄청나게 컸습니다.두 마리 고양이가 가르쳐준 시골의 표정 처음 만난 고양이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새끼였습니다. 거래처에 일 보러 들렀더니, 마당 한쪽에 어미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