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현실 10

개인간 농지 임대차, 개인끼리 농지를 빌릴 수 있을까

농지는 법이 정한 경우가 아니면 빌려주거나 빌릴 수 없습니다. 개인끼리 빌릴 수 있는 경우와 계약 전에 봐야 할 것(계약서, 기간, 임차료)을 농지법 기준으로 하나씩 짚어 봅니다. 한눈에 보기법이 정한 경우의 예는 이렇습니다. 질병이나 3개월 이상의 국외여행 같은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소유자,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다 이농한 사람이 이농 당시 소유한 농지, 60세 이상인 소유자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한 기간이 5년이 넘은 농지(시행령이 정한 조건이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하는 경우 등입니다.빌린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땅을 농업경영에 쓰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대차(무상 사용 포함) 종료를 명할 수 있습니다. 기준으로 삼은 법..

귀농 전 꼭 따져봐야 할 현실 — 강화도 3년 만에 도시로 돌아온 이유

3년 가까이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다가,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게 됐다. 강화로 들어갈 때만 해도 여기서 정착해 귀농을 성공적으로 해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떠나오기까지의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힘든 건 여러 가지였다. 체력적으로 고된 건 기본이고, 새로 익혀야 할 기술도 많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컸던 건 따로 있었다. 도대체 어떤 작목으로 내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그 선택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아무 기반도 없이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 처음부터 자리를 잡는다는 게,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나보다 먼저 귀농하거나 귀촌한 사람들을 보면, 기반이 탄탄한 사람도 있었..

귀농 후기 2026.06.13

집을 지어본 적 있으세요? — 농촌에서 전원주택 짓기

농사만 지을 줄 알았는데 집도 짓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농조합에서는 농한기에 가끔 주택 건축 일도 했다. 1년에 한두 채 정도, 농업외의 수익을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작업이었다. 농사일이 없을 때 옆에서 거들고 심부름을 하는 형태였지만, 기초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손도 보탠 경험은 또 다른 공부가 됐다.기초는 땅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다솔직히 처음엔 집을 지으려면 땅을 깊이 파서 지하 구조물을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다. 터를 잡고 나면 먼저 버림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거푸집을 세워 기초 슬라브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레미콘 차가 들어오면 콘크리트를 쭉 붓고, 수평을 잡으면서 마무리하는 그 작..

농촌의 현실 2026.06.02

다사다난한 농촌 라이프 — 다양한 사고, 그렇게 알아가는 농촌 현실

농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화재, 농기계 고장, 트랙터 사고. 도시에서 겪는 사고와 종류가 다를 뿐, 잊을만 하면 사건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게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평화로운 풍경 뒤에 숨어 있는 농촌의 또 다른 얼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창고가 재로 변한 날영농조합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 아는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은 날이 있었다. 밤새 불이 났다고 했다. 창고가 다 탔다고 해서 직접 가봤다. 넒은 창고가 그냥 아수라장이었다.창고 안을 보니 그야말로 폐허였다. 농작물을 담던 플라스틱 박스들이 열에 녹아서 서로 뭉쳐지고 뒤엉킨 채 쌓여 있었다. 천..

농촌의 현실 2026.05.29

자동화가 돼도 쉬운 일은 없었다 — 비닐하우스 고추 농사 현실

맨처음 블로그 글을 썼을때 언급한 2000평 하우스농사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농사를 접하게 되어서 기대반 두려움반이었다고나 할까. 난 귀농을 하게 된다면 결국 하우스농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있었고 솔직히 기대가 컸다. 선택한 작물이 고추였기에 하우스에서는 비도 안맞으니 탄저병이 덜 할 것이고, 급수 시스템도 있고, 환기도 된다고 하니까 노지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고추는 특용작물도 아니고 노지에서도 많이 키우는 작물이라 하우스에서 기르는 것은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고 경험이 일천한 내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모종을 하고 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알게 됐다.처음엔 노지랑 별다를 ..

농산물 공판장 수매 — 농사보다 파는 게 더 중요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씨 뿌리고 수확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제로 농촌에 살아보면 수확이 끝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거둬들인 걸 어디에,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가가 사실 농사의 절반이다. 나도 처음엔 그걸 몰랐다.강화도에서 3여 년을 지내면서 공판장에 물건을 내놓는 경험을 계속 하게되었다. 순무를 서울까지 싣고 갔던 일도 있고, 가을마다 쌀을 RPC에 수매하던 일도 있다. 고구마도 싣고 가서 경매를 의뢰하고 이런 풍경은 꽤 다르면서도, 농사도 장사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잘 팔아야 하느냐가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순무를 싣고 강서시장까지강화도 특산품 하면 순무를 빼놓을 수 없다. 동그랗게 생긴 게 무랑 비슷한데,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강화 순무로 담근 깍두기나 김치는 강화 아..

농촌의 현실 2026.05.22

농지 임대 현실 — 만만하지 않지만 부딪히면서 알아가야 한다.

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현실이 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이 없다는 거다. 살면서 농지를 사본 적도 없고,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뛰어들기도 겁나는 그 막막함. 나도 처음엔 그랬다.결론부터 말하면 귀농 초기에 농지를 매입하는 건 대부분 현실적이지 않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어느 땅이 좋은 땅인지, 어떤 작물에 맞는 토질인지, 물 빠짐은 어떤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수천만 원을 쓰는 건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 임대로 시작한다. 나도 영농조합 소속으로 임차 농지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농지 임대라는 게 어떤 세계인지를 몸으로 배웠다.농지 임대, 생각보다 복잡한 법과 단순한 현실농지임대는 개인간의 거래도 있지만 농지은행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은행은 임..

농촌의 현실 2026.05.21

정착 지원금 합격하고도 받지 않은 이유 — 5년 거치 상환과 영농조합 출자라는 현실

도시 사람들이 귀농을 알아볼 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당시 제가 안내받은 "최대 5억까지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예요(2019년 시행지침의 한도는 농업 창업자금 3억 원, 주택 7,500만 원이고 2026년 지침도 같습니다). 저도 그 말에 솔깃해서 귀농 결심에 큰 힘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시 안내받은 그 5억이라는 숫자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고, 신청서를 직접 쓰고, 면접을 보고, 1차 탈락을 거쳐 추가 합격 통보까지 받은 후에야 — 그 자금을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이 글은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정착 지원금"이라고 부른 것은 정식 이름이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인 귀농 창업자금과 주택구입 자금입니다. 이 사업은 갚아야 하는 융자이고, 청년 영농정착 ..

물가는 비싼데 생활비는 줄었다 — 강화도 시골 살이의 역설

"시골 가면 생활비 적게 들 거야." 도시에서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강화도에서 살아본 결과는 좀 의외였어요. 어떤 부분은 도시보다 더 비쌌고, 어떤 부분은 도시보다 훨씬 적게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뭐다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됐습니다. 시골은 도시보다 싼가, 비싼가. 강화도에서 살아본 한 사람의 결산을 그대로 풀어봅니다. 공산품과 외식, 제가 다닌 곳은 도시보다 비쌌다먼저 깨진 환상부터 말씀드리면, 시골이라고 공산품 가격이 더 싼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닌 곳은 오히려 비쌌어요. 면에 있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다 보면 같은 제품이 서울보다 살짝 더 비싼 수준이었습니다. 가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접근성이었어요. 면이나 읍까지 나가야 제대로 된 마트가 있는데, 한 ..

농촌의 현실 2026.05.03

2000평 하우스에서 본 6차 산업, 잘 자리 잡은 농가들의 네 가지 공통점

한여름만 되면 지금도 그때 비닐하우스 안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밖에서 햇볕에 서 있는 게 차라리 시원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40대에 귀농을 결심하고 들어갔던 농촌 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2000평짜리 고추 하우스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던 시절입니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입장이었지만, 여러해 여러가지 농사일을 해보니 하나둘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그때 본 것들이 귀농 고민하시는 분들한테 참고가 될 만해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한 해 농사가 끝나고 정산하는 자리에 같이 앉으면 매번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들어간 돈에 비해 손에 남는 농산물 수익이 너무 박했어요. 제가 본 범위에서는 같은 고추라도 가공해서 판매한 쪽은 매출이 훨씬 컸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좀 충격이었어요. 이렇게까지 차이..

농촌의 현실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