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이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다가,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게 됐다. 강화로 들어갈 때만 해도 여기서 정착해 귀농을 성공적으로 해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떠나오기까지의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힘든 건 여러 가지였다. 체력적으로 고된 건 기본이고, 새로 익혀야 할 기술도 많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컸던 건 따로 있었다. 도대체 어떤 작목으로 내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그 선택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아무 기반도 없이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 처음부터 자리를 잡는다는 게,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나보다 먼저 귀농하거나 귀촌한 사람들을 보면, 기반이 탄탄한 사람도 있었고 맨몸으로 시작한 사람도 많았다. 지켜보며 든 생각은 이랬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는 게 제일 좋고, 그 바탕 위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본인이 계획한 작물이나 사업을 펼치는 게 가장 안정적이라는 것. 하지만 나는 기반도 없었고 경제적인 여유도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택한 길이 영농조합을 통해 현지에 적응한 다음 자립하는 것이었다.
귀농 자금 대상자가 되고도 부딪힌 벽
처음엔 잘 적응하려고 애썼다. 교육도 받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귀농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까지 됐다. 앞서 정착지원금 이야기에서 자세히 풀었듯이 처음엔 귀농자금(정착지원금) 대상자에서 탈락했지만 추가 선정때 대상자가 되었다. 제가 "정착 지원금"이라고 부른 것은 정식 이름이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인 귀농 창업자금과 주택구입 자금입니다. 이 사업은 갚아야 하는 융자이고, 청년 영농정착 지원이나 지자체 정착장려금 같은 다른 지원과는 다른 제도예요. 내 기억에는 거의 7~8대 1일 경쟁률을 뚫었다.

그런데 막상 대상자가 되고 자금 계획을 세워 보니 현실적으로 키울 수 있는 작물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제가 당시 세운 상환계획은 앞이 깜깜했다(참고로 2026년 시행지침은 농업 창업자금 3억 원, 주택 7,500만 원이 한도이고, 5년 거치 뒤 10년 동안 원금을 나눠 갚는 조건입니다). 그냥 받고 보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계산을 해보니 가늠이 되었다. 그래서 상환 가능한 정도로 신청 금액을 줄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재배할 작물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에대가 한가지 치명적인 이유가 더 있었다. 내가 영농조합에 몸이 묶여 있다 보니 조합을 나와 개별적으로 농사를 짓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제가 일하던 조합에서는 자금 일부를 조합에 출자하는 것을 전제로 말했는데(이 사업 자체가 출자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6년 시행지침 기준), 그 출자금을 돌려받기가 막막하다고 느꼈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이 부분이 결국 도시로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처음부터 알고는 있어지만 농촌도 지역마다 귀농을 진행할 때 사정이 다 다르다. 만약 내가 강화가 아니라 강원도나 경상도 같은 곳으로 갔다면 정착했을 수도 있다. 또 제가 알아본 범위에서는 강화는 땅값이 높아서, 같은 자금으로 살 수 있는 땅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적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에 한계가 하나 더 있었다. 하우스 같은 시설 재배도 자금 용도에는 들어가지만, 평당 시설비가 비싸서 제가 쓸 수 있는 자금으로는 꾸릴 수 있는 면적이 작았습니다.

하우스 시설 재배는 가지고 있는 돈에 따라 꾸릴 수 있는 면적이 결정되게 된다.
나같은 경우는 농지를 임대한다고 해도 자금에 맞추어 시설재배를 한다면 작은 평수를 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입은 얼마 되지 않는데, 5년 거치 뒤에는 그 귀농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2026년 지침 기준으로는 5년 거치 뒤 10년 동안 원금을 나눠 갚는 조건입니다). 게다가 농사 수입이라는 게 날씨에, 경매가에, 수매가에 휘둘리다 보니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있질 않았다. 겉에서 볼 땐 괜찮아 보여도, 직접 몸을 담가 보니 제가 본 범위에서는 수익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마이너스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내가 이 농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나, 하는 물음표가 그렇게 생겼다. 그래서 생산에서 멈추지 않고 가공·판매까지 넓히려는 분들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됐다.

돌아오던 날의 착잡함
강화에 처음 들어가던 날의 설렘을 아직 기억한다. 그런데 그 모든 일과를 정리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던 날의 기분은, 뭐라 말로 다 하기 어려울 만큼 착잡했다.

도시로 돌아와 또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막막하기도 했다. 귀농했던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후회와 낭비로 남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농사일에 몸도 많이 상한 데다, 황금 같은 3년 가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래도, 그 시간이 남긴 것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3년은 내 인생에서 참 많은 경험과 생각과 고민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도시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그 안에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걸 달력이 아니라 몸으로 먼저 느꼈다. 새벽안개가 걷히는 들판의 서늘한 공기, 모판을 나르며 등을 적시던 땀, 한여름 뙤약볕 아래 허리를 펴며 올려다보던 하늘, 그리고 가을 햇살에 누렇게 익어가던 벼를 바라보던 그 뿌듯함. 도시에서 숫자로만 흘러가던 하루가, 여기서는 흙과 날씨와 작물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흘렀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한 해 한 해 몸으로 부딪히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나를 느꼈다. 그건 통장에 찍히는 숫자로는 환산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남은 것들이었다.

봄이면 못자리를 만들고, 모판을 깔고, 모내기를 했다.
밭농사와 벼농사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면 콤바인이 들판을 가르고, 추수중인 콤바인 앞에 벼 사이에서 너구리가 뛰쳐나갈 때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한여름에 땀과 눈물을 흘리며 작업을 이어가고 가을을 맞아 수확의 기쁨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수가 없다.
자연은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기울인 노력만큼 돌려 받는다. 분명 힘들고 어렵지만 수확할 때의 뿌듯함은 그 동안의 고생을 덮고도 남는다.


강화에 자리를 잡고 귀농 교육을 받고, 수료를 하고, 모내기를 하고, 벼를 길러 가을에 거두고, 밭농사도 짓고, 하우스도 해보고, 퇴비도 나르고, 지하수도 파고, 농가 주택도 지어봤다.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했던 그 추억과 경험이, 지금 와 생각하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께
그래서 나처럼 귀농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려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계획을 세우고, 가능하면 직접 경험해 보고, 급하지 않게 결정하시길 바란다. 현실은 냉정하다. 겉으로 보는 것과 내가 직접 그 업에 몸을 담그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모르는 부분은 많이 체험해 보고 물어봐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사실 이건 나 말고도 먼저 겪은 선배들이 늘 하는 말이고, 나도 같은 생각이다. 바뀌지 않는 진리 같은 거다. 솔직히 나도 성급했던 면이 없지 않다. 알아보고 고민한 기간이 꽤 길었는데도, 돌이켜보면 그게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다.

도시로 돌아와도 계속되는 이야기
이렇게 강화에서의 생활을 쭉 풀어내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이야기까지 적고 나니 1부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내용을 적었지만, 중간중간 미처 다 적지 못한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사실 많다. 그런 이야기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이다.

그러니 이 블로그가 끝난 건 절대 아니다. 강화에서 있었던 못다 한 이야기들, 그리고 도시로 돌아온 뒤 어떻게 지내왔는지까지, 앞으로도 계속 이어서 풀어가려 한다. 지금까지 이 긴 이야기를 함께 봐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도시로 돌아오게 된 이야기는 아직 더 남아 있으니, 그 부분은 다음 기회에 다시 이어가겠다.

참고 자료
확인일: 2026년 10월 9일
· 농림축산식품부 「2026년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 시행지침」(기업마당 게시 첨부, PDF)
· 춘천시 「2019년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 시행지침 알림」
수정 이력
2026년 10월 9일: 귀농 자금 한도와 대상자 선정·대출 실행의 구분에 관한 설명을 2026년 시행지침 기준으로 확인해 고쳤습니다. 이 글의 경험은 2019년경 상황이며 현재 조건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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