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서 농사지을 때 내 본업은 벼였다. 밭작물은 일손이 부족할 때 거드는 정도였는데, 고구마도 그렇게 몇 번 같이 심어봤다. 그러니 "내가 고구마 전문가다" 하고 말할 처지는 못 된다. 다만 곁에서 직접 본 것이 있고, 이번에 오래 고구마 농사지은 분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포인트와 자료를 따로 정리해봤다. 고구마 품종 고르기부터 심는 시기·방법까지, 처음 고구마 한 이랑 심어보려는 분께 도움이 되도록 묶어본다.
고구마 품종, 입맛 따라 갈린다
고구마는 보통 밤고구마·호박고구마·물고구마로 나뉜다.
밤고구마는 쪄 먹으면 물기 없이 타박타박하고 퍽퍽하면서 고소한 밤 향이 난다(진율미 같은 품종). 호박고구마는 촉촉하고 달콤한 게 특징이라 단호박 향이 돌고, 호감미·호풍미 같은 품종이 여기 든다. 물고구마는 수분이 많아 생으로 먹기도 좋다. 요즘 인기 많은 꿀고구마(베니하루카·소담미)는 당도가 압도적이고, 캐서 한동안 후숙하면 더 달고 촉촉해진다. 품종마다 특성이 다르니 구입처의 설명과 지역 농업기술센터 안내를 확인하고 고르세요.
그리고 강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속노랑고구마다. 속이 진한 노란색이라 붙은 이름인데, 호박고구마라고도 불린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1998년 '강화속노랑고구마연구회'가 상품명을 정하고 2001년 강화군이 상표 등록까지 한 어엿한 지역 브랜드다. 실제로 강화에 살아보면 "강화 고구마=속노랑"이라 할 만큼 이름값이 있었다.

모종(순)은 사 오는 순간부터 시간 싸움
고구마는 씨앗이 아니라 줄기, 즉 '순'을 잘라 꽂아 심는다. 그래서 모종 파는 곳에 가면 고구마 순을 잘라 비닐봉투에 수량을 세어 담아준다. 내가 본 곳은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순을 바로 잘라 봉투에 넣어줬고, 따로 물을 적셔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게 시간이다. 순을 받아오면 빨리 심어야 한다. 며칠 그냥 두면 순이 다 말라버린다. 그래서 모종 가져오는 날과 밭에서 작업하는 날을 딱 맞춰야 했다. 순한테는 시간이 생명이다.
봉투에 담겨 온 고구마 순. 마르기 전에 바로 심어야 한다.
꽂은 자리는 반드시 꾹 눌러준다
밭은 미리 갈아 두둑을 만들고 비닐 멀칭까지 끝내둔다. 그 멀칭에 뚫린 구멍 자리에 순을 하나씩 꽂아주면서 심었다. 줄줄이 꽂다 보면 단순한 작업 같은데, 제가 들은 바로는 고수들이 입을 모으는 한 끗이 바로 여기 있었다.

순을 꽂고 나면 반드시 흙을 꾹 눌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심는 도구로 줄기를 흙에 밀어넣었다 뺄 때 흙 속에 빈 구멍이 생기는데, 그 자리에서 줄기가 흙과 안 붙으면 그 부분이 죽어버린다. 줄기가 죽으면 고구마가 안 달린다. 눌러서 줄기와 흙을 딱 붙여줘야 나중에 알사탕처럼 줄줄이 달린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데, 수확량을 가르는 작은 차이였다.
의외의 핵심 — 고구마는 조금 늦게 심어야 많이 달린다
이게 제일 의외였다. 보통 일찍 심으면 빨리 큰다고 생각하는데, 고구마는 반대다. 원산지가 열대 아메리카인 열대성 작물이라, 땅 온도(지온)가 최소 15℃ 이상은 돼야 뿌리를 빨리 내린다. 이걸 '활착'이라고 한다.
너무 일찍 심으면 찬 땅에서 뿌리내림이 늦어질 수 있어, 땅속 온도가 15℃ 이상으로 오른 뒤 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안내). 그래서 서리 걱정 없는 5~6월, 날이 확실히 풀린 뒤가 낫다고들 한다. 다만 중부·북부 지방은 너무 늦게 심으면 가을 서리에 당할 수 있으니, 추운 지역이라면 재배 기간이 짧은 품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물은 욕심내지 않는다
물도 통념과 다르다. 고구마는 건조에는 비교적 강하지만 활착할 때는 수분이 필요해서, 정식 때는 물을 확보하고 생육 중에는 배수가 잘 되게 해 과습을 피하라고 합니다.

찬 물이 활착에 안 좋다는 분들도 있어 비 오기 전후에 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 욕심내면 — 잎에 주는 영양제, 엽면시비
잎에 영양제를 뿌리는 엽면시비를 하는 분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종류와 사용법은 비료 라벨과 농업기술센터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텃밭보다 좀 더 욕심내는 단계라, 처음이라면 품종 고르기·심는 시기·눌러 심기·물 관리 이 네 가지부터 잡는 게 먼저다.

단순해 보이는 작물에도 한 끗이 있다
고구마를 곁에서 거들며 알게 된 건, 이 단순해 보이는 작물에도 곳곳에 '한 끗'이 숨어 있다는 거였다. 마르기 전에 좋은 순을 빨리 심고, 너무 이르지 않게 심고, 꽂은 자리를 꾹 눌러주고, 물은 욕심내지 않는 것. 이 몇 가지만 지켜도 결과가 달라진다고들 한다.
품종은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퍽퍽한 게 좋으면 밤고구마, 촉촉하고 달콤한 게 좋으면 호박고구마나 꿀고구마, 강화에서 키운다면 속노랑고구마. 올해 고구마 한 이랑 심어볼 생각이라면,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면 좋겠다. 다음에는 다른 작물 품종 이야기로 또 정리해보려 한다.
참고 자료
확인일: 2026년 10월 9일
·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보도자료 「햇고구마, 휴가철에도 맛볼 수 있다!」(2025-04-08)
수정 이력
2026년 10월 9일: 고구마 재배 설명을 확인된 공식 안내(땅속 온도 15℃ 이상 등)와 전해 들은 말로 나누어 고쳤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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